흉부·신경·소아·산과 기피 현실 … "10년 전부터 듣던 얘기"정은경 ‘필수·중증 수가 인상·과보상 항목 조정 … 내년 초 전반 손질닥터헬기·외상센터 '광역 5개' 재편 구상 … 내년 2개 거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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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필수·지역의료 붕괴 문제를 두고 '인력 보충'이 아닌 '원인 제거'에 방점을 찍으며 의료보상 체계의 구조적 전환을 주문했다. 경증 진료에 과도하게 쓰이는 건강보험 재원을 줄여 중증·필수의료에 재배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료계가 오래 제기해 온 저수가·과중한 책임·과도한 근무 부담 문제를 공개 석상에서 정면으로 짚었다.이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흉부외과, 신경외과 의사가 사라진다는 얘기는 10년 전부터 들었다"며 "요즘은 소아과, 산부인과도 없어지고 마취과도 기피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그 분야는 의사가 없어질 것"이라며 필수과 기피 현실을 직격했다.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고, 고난도 수술·시술을 담당할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인정했다.복지부는 지역의사제·공공의대 등을 통해 필수과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통령은 "그건 이미 문제가 생긴 뒤를 메우는 방식"이라며 "원인을 제거하는 게 정상적인 해법"이라고 선을 그었다.의료계에서 주장하는 ▲노동·투자 대비 지나치게 낮은 수가 ▲의료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과도한 책임 ▲24시간 365일 대기해야 하는 근무 강도 등을 언급한 대통령은 "이 세 가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문제"라며 "보상이 낮으면 보상을 올려줘야 해결된다"고 말했다.특히 현행 건강보험 구조에 대해 "아주 경증에 대해서는 보장률이 지나치게 높은 반면, 수술이나 중증 치료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감기처럼 꼭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진료에는 본인부담이 1000~1500원 수준인데, 출산이나 중증 합병증 치료는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도 보상은 그에 못 미친다"며 "이 구조에서 누가 산부인과나 필수과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정 장관은 "필수·중증 의료에 대한 수가는 인상하고, 상대적으로 과보상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검체·영상 검사 등의 수가는 조정해 재원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초 전반적인 수가 조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의료사고에 따른 위험 부담 완화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수술 중 사고가 나면 수억,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을 개인이 떠안고 평생 망하는 구조에서 누가 필수과를 하겠느냐”며 “보험 제도와 형사 책임 완화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특례처럼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처벌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복지부는 이에 대해 책임보험 도입과 고액 배상에 대한 국가 지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민·형사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다만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분만·소아과 의사 대상 책임보험의 보장 한도는 최대 15억원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15억 원을 넘는 사고가 나면 여전히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며 실효성 보완을 주문했다.응급·외상 체계 개편과 관련 '닥터헬기'와 외상센터의 광역 집중 방안이 논의됐다.이 대통령은 "헬기 소음 등 민원이 있고 비용도 크지만, 중증외상 환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권역을 지나치게 쪼개 비용이 커진 측면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응급 권역은 14개, 중증외상센터는 17개로 운영 중이다.정 장관은 "광역 단위로 레벨1 외상센터를 육성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5개 권역 정도를 구상하고 있고, 내년에는 2개 거점 외상센터부터 예산을 확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헬기 배치를 강화해 전국을 커버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이 대통령은 "감기 진료 본인부담을 조금 더 내는 것과, 중증 환자가 의사가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상황 중 무엇이 더 심각한지 국민에게 솔직하게 묻고 논쟁해야 한다"며 "중증 환자 보상을 제대로 하려면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