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N 기준 도입해 선진국 최저로 인하암·당뇨·HIV 등 고비용 치료제 대상제약사들 美 제조에 1500억달러 투자 약속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값 인하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값 인하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약값 인하에 합의했다. 미국에 판매되는 일부 의약품 가격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제약사 9곳과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인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주요 의약품 가격을 ‘최혜국(MFN·Most Favored Nation)’ 가격 기준에 맞춰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합의에 참여한 제약사는 암젠,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베링거인겔하임, 로슈 계열 제넨테크, 길리어드사이언스, GSK, 머크, 노바티스, 사노피 등 9곳이다.

    MFN 가격은 다른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미국 내 가격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의는 메디케이드(Medicaid) 수혜자와 현금 결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약가 인하를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값 인하 협상 과정에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제약사들을 압박해 왔다. 그는 이날도 “관세라는 수단이 없었다면 이런 합의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로 제2형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 B·C형 간염, HIV, 특정 암 등 고비용·만성질환 치료제가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인하 폭과 적용 시점은 의약품과 유통 구조별로 달라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의약품은 최대 70% 수준의 가격 인하 또는 할인 조건이 포함됐다. 또한 제약사들은 ‘트럼프Rx’로 불리는 직접 판매(DTC) 방식 플랫폼을 통해 할인 가격을 제공하는 방안에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에는 제약사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도 포함됐다. 참여 기업들은 미국 내 제조시설과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최소 1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도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약값 인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 제약사 17곳 가운데 14곳이 이미 동의했다”며 “존슨앤드존슨 등 일부 기업도 조만간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대형 보험사들과도 별도 회의를 열어 보건의료 비용 절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고액 이민 프로그램인 ‘트럼프 골드 카드’ 판매 실적도 공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현재까지 13억달러 규모로 판매됐다. 이달 10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골드 카드는 100만달러를 납부하면 미국 영주권 또는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실업률 상승과 관련해 “연방정부 인력 구조조정의 영향”이라며 “최근 창출된 신규 일자리는 민간 부문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4.6%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