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한 브랜드들의 공통된 전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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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브랜드는 기네스 세계 기록에 도전할까. 가장 빠른 배달을 증명하기 위해 라이더가 축구공을 드리블하며 달리고, 운동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뉴스 진행자가 30분간 뛰며 방송을 진행한다. 축구의 무대를 성층권으로 옮기고, 비가 내릴 때마다 음악이 연주되는 빌보드를 만들며, 심해에서 발견된 신종 생물에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모든 시도는 단순히 ‘대단한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경쟁이라기보다,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증명하려는 선택에 가깝다.
오늘날 브랜드에게 기록은 브랜드가 하고자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 이 방식이어야 했는지, 왜 지금 이 행동이 필요한지.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은 브랜드들은 기능 설명이나 슬로건 대신,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이라는 공신력 있는 형식을 통해 행동과 결과로 브랜드의 태도를 드러냈다. 기록은 일회성 화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선명하게 남기는 하나의 문장이 된다.
글로벌 어워드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기록은 성과를 나열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속도, 움직임, 연결, 환경, 연대, 그리고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이슈까지. 각 브랜드는 전례 없는 시도라는 틀을 통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남겼다.
26일 칸라이언즈서울은 세계 기록에 도전해 온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략을 분석했다. -
- ▲ 기록을 깨다(Breaking Records). ⓒCANNES LIONS
제목: 기록을 깨다(Breaking Records)
브랜드: HungerStation
출품사: Wunderman Thompson, Riyadh
수상내역: 2023년 두바이링크스(Dubai Lynx) 디지털 부문 본선진출
사우디아라비아 배달 앱 헝거스테이션(HungerStation)은 ‘가장 빠른 배달’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시장에 경쟁자가 늘어나며 속도에 대한 주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브랜드는 배달 라이더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세발자전거를 타거나 축구공을 드리블하며 배달을 완수하는 미니 시리즈를 선보였다. 모든 도전은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의 공식 인증을 거쳤다. 기술적 설명 대신 눈에 보이는 장면으로 속도를 증명한 이 캠페인은 단기간에 대규모 노출과 신규 고객 유입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배달의 속도는 기능이 아니라 볼거리로 재해석됐다. -
- ▲ 달려라, ESPN 앵커(Run, ESPN Anchors!). ⓒCANNES LIONS
제목: 달려라, ESPN 앵커(Run, ESPN Anchors!)
브랜드: ESPN
출품사: The Walt Disney Company Brasil, São Paulo
수상내역: 2025년 칸라이언즈(Cannes Lions)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엑티베이션 부문 본선진출
스포츠 미디어 ESPN 채널은 신체 활동 부족이라는 브라질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기존 방식에 의문을 던졌다. 운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정작 뉴스 진행자들은 앉아 있는 포맷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ESPN은 스포츠 뉴스 진행자들이 30분 동안 실제로 달리며 생방송을 진행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제시한 하루 권장 운동량과 맞물리며, ‘달리며 진행된 스포츠 뉴스 최장 거리’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시청률 상승과 함께, 미디어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 제목: 지구 밖 게임(The Out of This World Match)
브랜드: Mastercard
출품사: FP7 McCann, Dubai
수상내역: 2023년 두바이링크스(Dubai Lynx)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엑티베이션 부문 브론즈
전 세계가 축구 이야기로 가득 찼던 2022년 월드컵 시즌,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지상에서의 경쟁을 피했다. 공식 스폰서가 아닌 상황에서 선택한 해법은 축구의 무대를 성층권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의 축구 경기는 ‘최고 고도에서 열린 축구 경기’라는 기록을 남겼고, 브랜드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프라이스리스(Priceless)의 가치를 실제 경험으로 구현했다. 이 시도는 막대한 미디어 파급력과 함께 브랜드가 대화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됐다. - 제목: 타지마할 메그 산토르(Taj Mahal Megh Santoor)
브랜드: Taj Mahal Tea
출품사: Ogilvy, Mumbai
수상내역: 2024년 칸라이언즈(Cannes Lions) 아웃도어 부문 실버
인도의 프리미엄 차 브랜드 타지마할(Taj Mahal Tea)은 지역 시장에서 정체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자연과 전통 문화를 결합했다.
몬순 시즌, 빗방울이 실제 현악기를 두드려 인도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대형 옥외 설치물을 선보인 것이다. 비가 오는 순간마다 완성되는 이 설치물은 ‘세계 최대 환경 반응형 빌보드’로 공식 인정받았고, 브랜드에 대한 체험과 호감도를 유의미하게 끌어올렸다. 기술적 과시보다 감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다. - 제목: 유리테네 플라스티쿠스(Eurythenes plasticus)
브랜드: WWF
출품사: BBDO, Düsseldorf
수상내역: 2020년 유로베스트(EUROBEST) 그랑프리 포 굿 부문 그링프리, PR 부문 골드·실버,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엑티베이션 부문 실버·브론즈, 미디어 부문 브론즈, 다이렉트 부문 실버
환경 이슈는 반복될수록 메시지의 힘이 약해지기 쉽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 문제를 전혀 다른 접근으로 풀어냈다. 심해에서 발견된 새로운 갑각류 종에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을 붙여, 유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Eurythenes plasticus)라는 학명을 공식 등재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오염이 미지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냈고, ‘플라스틱에 오염된 최초의 신종 생물’이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캠페인은 학술 발표를 시작으로 언론, 박물관, 국제 청원으로 확장되며 환경 커뮤니케이션의 범위를 넓혔다. -
- ▲ 따뜻한 겨울의 라이브스트림(The Warm Winter Livestream). ⓒCANNES LIONS
제목: 따뜻한 겨울의 라이브스트림(The Warm Winter Livestream)
브랜드: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Global Initiatives
출품사: Gov. of UAE Media Office, Dubai
수상내역: 2022년 두바이링크스(Dubai Lynx) 미디어 부문 골드·실버, 헬스케어 부문 브론즈
중동의 혹독한 겨울을 배경으로 한 모금 캠페인은 참여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유명 크리에이터가 투명한 유리 박스 안에서 12일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이어가며, 목표 금액이 달성되기 전까지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최장 시간 자선 라이브 스트리밍과 최다 시청자 수라는 두 개의 기록을 동시에 세웠고, 실제로 11만 가구 이상의 삶에 도움을 제공했다. 기록은 사람들의 참여를 지속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 제목: 모헤서 수트(The Mo-Hair Suit)
브랜드: POLITIX
출품사: Bullfrog Media, South Yarra
수상내역: 2022년 스파이크스아시아(Spikes Asia) 헬스케어 부문 골드
호주의 남성복 브랜드 폴리틱스(POLITIX)는 남성 건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패션이라는 언어로 풀어냈다. 실제 콧수염 털로 제작한 수트를 공개하며, 남성들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도록 유도했다.
이 수트는 단순한 이색 사례를 넘어,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끌며 기네스 세계기록 후보로 거론됐다. 침묵을 깨기 위한 매개로서 패션을 선택한 사례다.
이 외에도 25만여 개가 넘는 글로벌 캠페인의 다양한 정보는 칸라이언즈 아카이브인 러브더워크(Love The Work)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 칸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는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리며 출품 및 참관 관련 문의사항은 칸라이언즈서울 사무국으로 문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