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GDP '깜짝 성장'에도 소비는 상위 10%에 집중저소득층 임금·저축 정체 … '고용 없는 성장' 경고서울 집값 쏠림 심화 … 한국도 자산 양극화 고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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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3분기 깜짝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성장은 상위 소득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소득층 소비가 경제를 떠받치는 반면 중산층·저소득층의 소득이 정체되며, 이른바 'K자형 경제'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부동산을 중심으로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첫해 동안 경제 성과는 기대를 뛰어넘었지만 그 혜택은 주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계에 집중됐다"며 "이번 주 발표된 견실한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부유한 미국인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4.3%를 기록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트럼프는 "트럼프 경제 황금기가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했다.그러나 소비 구조를 들여다보면 양극화는 더욱 선명해진다. 캐나다왕립은행(RBC)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 소득 계층은 올해 상반기까지 20조3000억 달러를 지출해, 나머지 90% 가계의 전체 지출액(22조5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서도 고소득층의 실질 임금은 지난 1년간 4% 늘어난 반면, 저소득 가계의 소득 증가율은 1.4%에 그쳤다.반면 저소득층의 재무 여건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부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실질적으로 더 늘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 연구소 역시 "올해 소득 증가가 특히 고령 노동자들 사이에서 저조했으며, 은행 계좌 잔고도 정체 상태"라고 분석했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바이든 정부 시기 완화됐던 소득 격차가 트럼프 정부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고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이 저소득층을 다시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문제는 이러한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역시 자산을 중심으로 한 양극화가 빠르게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주택시장에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극단적인 수준으로 벌어졌다.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거래된 아파트는 경북 칠곡군의 한 단지로, 매매가가 1100만원에 그쳤다. 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아파트는 같은 기간 85억 원에 거래됐다. 단순 계산하면 서울 고가 아파트 한 채로 지방의 저가 아파트 772채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같은 기간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월드마크센텀'(전용 135㎡)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 범어W'(전용 103㎡)가 가장 높은 가격에 매매됐다. 거래가는 각각 21억 원과 20억9000만원이다. 모두 지방의 핵심 지역에 위치하지만 압구정 신현대 8차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1배로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반면 대구와 부산 등 주요 지방 도시는 고점 대비 집값이 20% 안팎 하락하며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산 격차가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환율과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저소득층과 무주택자의 부담은 커지는 반면, 자산을 보유한 계층은 주가·부동산 상승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3일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 "외환 건전성 자체보다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나, 고환율이 소득 계층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