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 동성제약 최종 인수예정자 확정회생계획 마련 출발선 … 추정 청산가치 850억높은 원가율-판관비율로 이자조차 못 갚는 '최악' 재무구조R&D 비율, 4%대 그쳐 … "근본적으로 체질 바꿀 회생계획 필요"
  • ▲ 동성제약. ⓒ동성제약
    ▲ 동성제약. ⓒ동성제약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잘 알려진 동성제약이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경영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굳어진 적자구조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성장 정체 속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처했다. 여기에 R&D 투자마저 소홀해지면서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동성제약은 지난달 말 유암코를 최종인수자로 결정했다.

    유암코는 시중은행들이 출자로 설립한 공적 성격의 기업구조조정 전문업체다. 재무구조 개선, 원가절감,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시도하고, 영업이익 달성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사업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회사에 투자하고, 정상화 후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번 M&A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미리 선정한 뒤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추진됐다. 중견그룹 A사 등 경쟁사들이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유암코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며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함에 따라 유암코가 동성제약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확정됐다.

    향후 양사는 조건부 투자계약에 따라 새로운 조건으로 최종 투자계획을 체결할 예정이다. M&A 투자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스토킹 호스딜 당시 동성제약의 청산가치를 크게 상회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성제약과 유암코는 지난해 11월 인가 전 M&A를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동성제약은 내부적으로 청산가치를 약 850억원으로 측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동성제약의 자산총계는 1459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1억원에 불과하다. 기타금융자산 7억원을 더하더라도 50억원이 채 안 된다. 유동비율도 67.1%로 최근 10년새 가장 낮다.

    반면 차입금(425억원)을 포함한 부채총계는 1052억원, 차입금의존도는 104% 부채비율은 258%다. 모두 최근 10년새 최대치다. 수익성 악화 속 차입으로 연명하다 보니 이자비용 역시 83억원으로, 10년새 가장 많이 부담하고 있다.

    대신 유형자산 중 상대적으로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토지 자산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체 733억원의 유형자산 가운데 75.0%인 550억원이 토지 자산에 해당한다. 매출채권 294억원 중 214억원(72.7%)이 6개월 미만 채권이라는 점도 가치 측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청산가치는 3분기 이후 변제된 부채와 토지 자산의 실제 가치, 영업권 등을 고려해 산정됐다. 정확한 인수가는 확정 후 공시될 예정이지만,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금액이 납입되면 동성제약의 채무는 갚을 수 있다.

    법원 주도하에 채권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권리관계를 조정하는 '관계집행' 절차는 내년 2월께 이뤄질 전망이다. 투자조건이 확정되면 유암코는 약속한 바와 같이 감자 없는 유증이 진행된다. 유암코는 동성제약을 인수한 뒤 인적 쇄신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동성제약의 흑자전환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 ▲ 동성제약. ⓒ시장경제
    ▲ 동성제약. ⓒ시장경제
    다만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동성제약 위기의 근본 원인이 고질적인 적자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동성제약은 2013년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한 뒤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다 2018년(-18억원) 5년간 적자가 이어졌다. 2023년 잠시 흑자전환(5억원)했으나, 이듬해인 2024년 65억원의 영업손실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13년 이후 영업손실은 모두 313억원에 이른다.

    적자의 배경으로는 매출 정체 속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동성제약 매출 규모는 2018년 이후 7년간 887억원에 머물고 있지만, 고정비 성격의 판관비 비율은 매출총이익 대비 110%를 웃돈다. △2024년 116% △2023년 98.5% △2022년 107% △2021년 115% △2020년 110% △2019년 122% △2018년 105% 등 높은 판관비율 구조가 굳어졌다. 제약사들의 일반적인 판관비율은 40~70% 수준이다.

    이 전 회장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 전 회장은 차명으로 소유한 협력사를 통해 원·부자재를 고가에 구매해 원가율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성제약의 원가율은 지난해 기준 56.0%로, 비슷한 매출 규모의 중견제약사들과 비교했을 때 다소 높은 편이다. 이 전 회장은 2018년 리베이트 논란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판결로 동성제약의 지배주주 등급이 D 등급으로 강등되기도 하는 등 동성제약은 큰 타격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적자구조 지속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소홀했다. 적자가 이어진 최근 7년간 연구개발비 비중은 4.27%에 불과하다. 또 한 때 20명에 달했던 연구개발 조직의 핵심인 석·박사 인원도 16명으로 줄어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와 법정 공방, 잇단 부도 등으로 복합적인 위기에 접어든 상태"라며 "방만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회사 체질은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회생계획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69년의 업력을 지닌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삼촌과 조카의 지배권 다툼에서 시작됐다. 창업자 故이선균 선대회장의 아들인 이양구 전 회장은 조카인 나원균 전 대표와 사전협의 없이 지분 14.12%를 마케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120억원에 매각했다. 나 전 대표 측 지분은 당시 4%대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고찬태 동성제약 감사가 나 전 대표 등 경영진 3명을 횡령·배임혐의로 고발하는 등 법정 공방이 이어지며 주식 거래도 정지됐다.

    동성제약은 매매거래 재개, 회생 조기 졸업 등을 목표로 '체질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성제약 측은 "회생계획안을 준비하고 경영정상화, 거래 재개 등 남은 과제들을 잘 수행해 시장과 채권자, 주주, 임직원들 모두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