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협상 지지부진…레바논까지 공습수주텃밭 사우디·UAE 분쟁 격화…美 베네수 공격도 악재방산투자 확대시 인프라 발주↓…공사비 후려치기 우려도
  • ▲ 사우디군의 공습을 받은 예멘 한 항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사우디군의 공습을 받은 예멘 한 항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11년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올해 전망은 썩 밝지 않다. 중동일대 지정학적 위기로 핵심 수주텃밭인 산유국들의 인프라사업 발주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후반대까지 떨어지면서 산유국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쟁과 저유가 겹악재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9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협상이 지지부지한 가운데 또다른 중동지역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2019년부터 예멘에서 진행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간 대리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는 UAE 지원을 받는 예맨내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를 잇따라 공습했다. UAE는 예맨에 배치된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겠다며 직접적인 충돌을 피했지만 양측간 분쟁이 언제든 격화될 수 있다는게 외신 분석이다.

    단순한 이권다툼이 아닌 중동 '맹주'를 차지하기 위한 헤게모니 싸움인 만큼 양측간 분쟁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와 휴전협상을 진행중인 이스라엘은 인근 레바논 남부를 공습하면서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 또다른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이었다는 입장이지만 레바논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확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전쟁에 따른 직접적 피해가 없지만 확전이 현실화될 경우 산유국들의 군비 확장과 그에 따른 인프라투자 및 사업발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지엽적인 분쟁은 현지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사우디와 UAE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중동에서 발주 규모가 최상위권인 두 국가가 다투면 국내사들의 해외수주도 직·간접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확전 영향으로 방산 관련투자가 늘면 그만큼 플랜트나 도로 등 인프라 관련 신규발주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국제유가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기존에 수주했던 프로젝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중동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악화에 직면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확전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중동발주 및 수주감소가 불가피하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 ▲ 베네수엘라 북서부 원유 매장지인 카비마스 인근 마라카이보 호수에 설치된 채굴시설이 가동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 베네수엘라 북서부 원유 매장지인 카비마스 인근 마라카이보 호수에 설치된 채굴시설이 가동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2021년 2월이후 4년여만에 최저치다.

    중동 산유국들이 적자를 해소하고 재정균형을 맞추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선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사우디 경우 '네옴'을 비롯한 메가프로젝트 추진과 지출 증가 영향으로 재정균형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올해 2650억리얄(58조원, 440억달러) 규모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2024년과 2025년에 이어 3년째 적자기조가 지속되는 것이다.

    또다른 주요 수주국인 이라크도 올해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GDP대비 적자 비중은 10%에 육박했고 올해엔 적자 규모가 약 60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관련 수주가 늘고 있는 오만도 재정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만 정부는 올해 GDP 1.3% 수준인 14억달러 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에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배경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가 있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무기한으로 판매하고 베네수엘라에 가해진 제재도 완화하겠다고 밝히자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쳤다. 지난 8일 기준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5.99달러로 하루만에 1.14달러(1.99%)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을 참모들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수주 규모가 직전년대비 100억달러가량 오르긴 했지만 이는 체코 원전사업 영향으로 중동만 놓고 보면 수주가 오히려 줄었다"며 "북미나 유럽, 아시아 등으로의 수주지역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량 확대, 수요 감소 등 영향으로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가 배럴당 51달러까지 떨어졌다"며 "중동국가들의 재정여건이 악화돼 해외거설공사 발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현재 중동에서 2~3건의 입찰이 진행중인 상황으로 당장 전쟁이나 저유가 탓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진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동지역 긴장이 지속될 경우 현지 발주처가 기존에 계약된 공사비를 후려치거나 지급을 미룰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