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5조 전망 … 외형 성장 속 최근 0.3%대 '제자리걸음'도입의약품 판매 전략 … 매출 공백 메우고 제품매출 의존도 완화시장 관심은 비만약 상업화 성공 여부 … "연내 출시 목표로 드라이브"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등 R&D 투자전략 발표 … "2030년 매출 5조 달성"
  • ▲ 한미약품. 200426 ⓒ뉴데일리
    ▲ 한미약품. 200426 ⓒ뉴데일리
    한미약품이 연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5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2년간 더뎌진 성장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한미약품은 도입의약품 판매를 통해 매출 공백을 메울 방침이다. 시장 기대가 높은 비만치료제 상업화 성공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미약품은 작년 매출이 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치를 발표했다. 2020년 1조758억원 이후 5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다만 증가율은 △2021년 11.8% △2022년 10.6% △2023년 11.9% △2024년 0.309% △2025년 0.300%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새 성장세가 눈에 띄게 더뎌진 것이다.

    핵심 캐시카우인 원외처방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UBIST 기준)은 256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 성장에 그쳤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원외처방 상위 품목을 다수 보유한 데다 개별 제품의 경쟁력이 여전히 견고하지만, 회사 전체 매출을 끌어올릴 만큼의 속도가 더는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8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1위 유력'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 복합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패밀리' 등 주력 품목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는 일부 블록버스터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전체적인 국내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블록버스터급 제품이 안정적인 처방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외처방 경쟁력이 '방어력'은 높지만,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품목이 많다 보니 추가적인 처방 확대 여지가 제한적"이라며 "회사 외형 가속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해석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한미약품은 '도입의약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체개발 제품의 매출 비중이 90%를 웃도는 등 도입의약품 판매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국내 제약사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다국적제약사 신약 등 다양한 도입의약품 판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25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오보덴스' 공동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11월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3종에 대한 국내 유통·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 들어서도 6일 한독테바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편두통 예방치료제 '아조비'의 국내 유통과 판촉 활동에 돌입했다. 이튿날에는 비보존제약과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의 공동 프로모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단순 품목 도입을 넘어 타깃 의료기관과 유통전략까지 세분화한 형태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발표한 사업전략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기업설명회 '한미 비전 데이'를 열고 2030년까지 계열사 합산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확대와 공동마케팅 강화를 예고했다. 공동마케팅을 통해 영업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자체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다지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한미약품은 공동마케팅을 통해 기존 영업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치료영역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최근 체결된 협업 사례들은 국내영업 경험이 축적된 전문의약품 영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시장 진입 속도가 비교적 빠른 품목을 중심으로 협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성격이 뚜렷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업구조의 전환이라기보다는 외형 성장 둔화를 완충하기 위한 선택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자체개발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3분기 제품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90.2%를 차지했다. 반면 상품매출은 7.1%에 불과했다. 상품매출의 경우 2020년 4분기 10.1% 이후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한 적이 없다.

    이 구조는 외형 성장 측면에서는 부담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자체개발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원가율이 낮고, 상품매출이 늘어나더라도 전체 수익성을 급격히 훼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한미약품의 제품매출 원가율은 40.8%로 상품매출 원가율 86.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미약품은 2022년부터 분기별 제품매출 원가율이 단 한 차례도 45%를 넘지 않았다. 반면 상품매출의 경우 이 기간 한때 90%를 넘어설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다.

    한미약품의 높은 제품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원가를 억제하는 데 이바지한 것이다. 상품매출의 경우 원가율이 제품매출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도입의약품을 활용하더라도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입의약품 전략의 한계는 분명하다. 단기간 외형을 보완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중장기 기업가치를 높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결국 도입의약품이 시간을 벌어주는 기간 내 본업에서 확실한 성장동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전략적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 ▲ '한미 비전 데이' 발표 자료. 251204 ⓒ한미약품
    ▲ '한미 비전 데이' 발표 자료. 251204 ⓒ한미약품
    시장의 시선은 다시 비만 파이프라인으로 쏠린다. 한미약품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비만치료제가 앞선 임상에서 글로벌 기업의 비만치료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효능을 입증한 만큼 상업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미약품의 기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 톱라인에서 최대 30%에 달하는 체중 감소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상업화 기대를 높였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심사단계에 진입했다.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 지정 20일 내 품목허가 신청이 이뤄지면서 이르면 하반기 국내 출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달 국내 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식약처로부터 신속심사품목으로 선정돼 조기허가 가능성까지 확보한 만큼 올해 출시를 목표로 전 과정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미약품은 다음 단계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 △근 손실을 최소화하며 체중감량 효능을 극대화한 삼중작용제 'HM15275' △체중감량과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세계 최초 기전의 신약 'HM17321'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경구·패치형 제제 △디지털 치료제와 웨어러블 기기를 결합한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LCM) 전략 등 비만치료제 관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HM17321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절차에 들어갔다. 상용화 목표시점은 2031년이다. 단순히 근 손실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근육량 증가'와 '선택적 지방 감량'을 동시에 구현하는 세계 최초의 비만 혁신 신약(First-in-Class)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기술수출에도 적극 나선다. 현재 가장 기술수출이 유망한 파이프라인으로는 항암제가 있다. △북경한미약품이 공동개발하는 PD-L1과 4-1BB 동시 표적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BH3120' △단백질(제스트 동족체 1/2) 2개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 저해제 'HM97662' △인터루킨-2 유도체 'HM16390' △암 유발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HM99462' 등이다.

    R&D 투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2021년 1324억원(매출 비중 14.4%)이던 연구개발비용은 △2022년 1386억원(14.1%) △2023년 2050억원(13.8%) △2024년 2097억원(14.0%) △2025년 3분기 1691억원(15.2%)으로 확대했다.

    이는 표적 단백질 분해(TPD)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항체-약물 접합체(ADC), 단일도메인항체(sdAb) 등 핵심 기술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R&D 전략을 기반으로 연 1품목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출시하고, 기존 약물의 리포지셔닝과 밸류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에 축적한 개발기획과 임상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해외 진출 포트폴리오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2030년을 향한 R&D 중심의 장기 성장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항암과 비만을 넘어 항노화·역노화 연구로의 확장이 인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의약품으로 향후 글로벌 제약시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준 한미약품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78억원으로, 전년 2161억원에 비해 9.99% 개선될 전망이다. 이 경우 영업이익률은 15.8%로, 2015년 16.0% 이후 최고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