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학번 더블링 교육 불능 경고 … 2027년 본과·2029년 실습 붕괴 우려공공의대·국립의전원 신설도 '우회 증원' … 과학적 인력 수급 모델 재설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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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증원 논란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가 AI·로봇 시대를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우리 아이들을 의대라는 감옥에 가두지 말라"고 호소했다.

    의대교수협은 13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한민국은 지금 ‘의대 쏠림’이라는 집단적 열병을 앓고 있다"며 유치원생부터 의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비정상적 풍경은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는 자해 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제시하는 '의사 부족' 통계 자체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과거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 발전으로 의료 수요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금 늘린 의대 정원이 10년 뒤에는 오히려 ‘유휴 인력’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경고다. 

    자율주행 기술 확산에 따른 외상 환자 감소, 지능형 로봇의 의료 노동 대체 가능성 등이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다.

    교육 현장의 붕괴 우려도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교수협은 "이미 전국 의대는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며 "평년의 두세 배, 일부 대학은 네 배에 달하는 학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027년 본과 진입 시 해부학 실습조차 어려워지고 2029년에는 환자를 직접 보지 못한 채 참관 위주의 임상실습만 가능한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교수협은 "충분한 병상과 교육 인프라 없이 급조된 의대 정원 확대는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다루는 시스템에 대한 실험"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공공의대 신설과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역시 ‘우회적 증원’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의대교수협은 "인구 소멸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중복·과잉 투자"라며 "국가의 소중한 인적 자원을 비효율적인 구조 속에 가두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숫자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한 인력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실과 과학 현장, 인문학적 사유의 공간으로 인재가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결정을 중단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과학적 인력 수급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대교수협은 "과학자가 기술을 개발하고, 철학자가 가치를 사유하며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인적 자원의 균형이 무너질 때 대한민국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학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호소한다. 아이들을 좁은 의대의 틀에 가두지 말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