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에듀케이션, 'We Trust in Kids' 캠페인 선봬AI 사용의 주체이면서도 대화에서 배제돼 온 아이들에게 주도권 건넨 사회 실험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아이들의 창의성과 주체성에 대한 레고의 강한 신뢰 강조에델만(Edelman)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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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의 활용은 더 이상 낯선 신기술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미 일상생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며, 개인의 사고방식과 학습 방식, 나아가 사회 구조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상적인 기술로 자리 잡았다.특히 앞으로 이 기술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가게 될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AI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다뤄야 할 핵심 환경이자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정작 AI에 관한 대화에서는 배제돼 왔다.19일 업계에 따르면 레고(Lego) 그룹 산하 교육 부문인 레고 에듀케이션(Lego Education)은 이 지점을 문제로 인식했고, 이를 바꾸기 위한 새로운 캠페인 'We Trust in Kids(우리는 아이들을 믿어요)'을 선보였다.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학생들이 주도하는 AI 활용에 관한 논의라는 점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책임감 있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토론하고 이들이 스스로 AI 사용 규칙을 만들도록 독려했다.4분 분량의 영상은 글로벌 PR 에이전시인 에델만(Edelman)이 대행하고, 다큐멘터리 감독 로런 그린필드(Lauren Greenfield)가 연출을 맡았다.그린필드 감독과 주디 존(Judy John) 에델만 글로벌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는 지난 2014년 P&G의 '#LikeAGirl' 캠페인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크리에이터들이다. ('LikeAGirl(여자애처럼)'이라는 표현이 지닌 부정적 고정관념을 깨고, 소녀들이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하도록 독려한 캠페인이다. 단순한 광고를 넘어 '여자애처럼'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재정의하며 전 세계적인 공감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고, 2015년 칸라이언즈 PR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캠페인 중 하나라는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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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 Trust in Kids' 캠페인 촬영 현장. ©레고 에듀케이션
그린필드 감독과 주디 존 CCO는 '#LikeAGirl' 캠페인에서 사용했던 접근 방식을 이번 프로젝트에도 일부 가져왔다. 짜여진 각본 대신, 15개 학교에서 모인 아이들의 실제 대화를 담았고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촬영을 진행했다.주디 존 CCO는 "AI가 세상과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논의는 매우 시급하지만, 정작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아이들에게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곧 미래다. 아이들의 진짜 생각을 듣기 위해 그린필드 감독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그린필드 감독은 최근 FX 다큐멘터리 시리즈 'Social Studies'에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실태를 다뤄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시네마 아이 어워드(Cinema Eye Honors Awards)'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그린필드 감독은 "'Social Studies'를 통해 아이들이 소셜미디어에 대해 얼마나 사려 깊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지만, 이들은 일종의 실험 대상 세대였다. 소셜미디어는 아이들에게 그냥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AI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대화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 ▲ 'We Trust in Kids' 캠페인. ©레고 에듀케이션
'We Trust in Kids'는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AI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아이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학교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브레인스토밍한다.아이들은 AI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으며, AI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대부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수의 아이들은 학교 과제에 AI를 사용하고 있었고, AI가 언젠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아이도 있었다.이어 토론을 통해 아이들은 "AI는 도구일 뿐, (우리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아니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에만 AI를 사용해야 한다", "(AI에 모든 걸 의지하지 말고) 당신의 두뇌를 먼저 사용하라", "(AI가 당신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항상 조심해서 사용하라"와 같은 AI 사용 규칙을 직접 만들었다.토론 결과보다도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즐기는 과정 그 자체였다. 아이들은 "우리가 가진 모든 지식을 한데 모으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AI는 마치 세금처럼 피할 수 없는 존재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게 될 것이다", "AI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꼭 참여하고 싶다. AI는 매우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우리도 이에 대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 "마침내 우리의 생각을 물어봐줘서 고맙다"는 후기를 전하며 토론 과정 자체에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그린필드 감독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AI 사용 규칙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순간이 하나의 전환점이었다"며 "아이들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롭고 신나는 일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주디 존 CCO는 "광고 속 모든 장면은 완전히 즉흥적이었다"며 "인상 깊었던 건 아이들의 태도였다. AI를 둘러싼 기대와 동시에 불안과 비관도 많지만, 아이들에게서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더 배우고 싶어 하고, 더 알고 싶어 한다. 또한 AI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그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
- ▲ 'We Trust in Kids' 캠페인. ©레고 에듀케이션
에델만은 이번 캠페인과 함께 '세계 최초의 완전히 멋진 아이들이 주도하는 AI 연구(The World’s First Totally Awesome Kid-Led AI Study)'라는 제목의 조사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아이들의 65%는 AI에 대한 논의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83%는 AI가 어떻게 가르쳐질지에 대해 어른들이 통제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레고 에듀케이션은 이와 함께 K-8(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과학 및 AI 신규 커리큘럼도 선보인다. 이 커리큘럼은 협업, 창의성, 학습 성과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는 4월부터 출고되는 키트에는 레고 브릭, 하드웨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단계별로 설계된 수업 자료가 포함된다.그린필드 감독은 최근 덴마크에 있는 레고 본사를 방문한 뒤,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레고의 진정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그는 "제 관점에서 보면, 미국 기업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물건을) 어떻게 팔 것인가'를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레고는 정말로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 그리고 그 학습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레고의 교육 철학은 체험 중심적이고, 아이들을 항상 중심에 두며, 아이들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주체(makers)로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션 틴데일(Sean Tindale) 레고 에듀케이션 브랜드 총괄은 "최신 제품을 위한 캠페인을 구상할 때,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매우 단순했다. AI를 교실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모든 대화의 중심에 아이들을 두고, 아이들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은 미래이고, AI의 세계를 헤쳐 나가기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도구를 갖춰야 한다. 또한 AI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We Trust in Kids' 캠페인을 만들었고, 전략과 캠페인을 설계하는 전 과정에서 아이들을 파트너로 포함시키겠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
- ▲ 'We Trust in Kids' 캠페인. ©레고 에듀케이션
레고 에듀케이션의 'We Trust in Kids' 캠페인은 AI를 기술 이슈가 아닌 브랜드 철학의 관점으로 전환한 사례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AI 교육에 대한 발언권을 가진 주체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레고 브릭을 단순히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 레고 브릭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메이커(maker)'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레고의 브랜드 철학이 이번 광고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정해진 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아이들이 직접 AI의 활용과 규칙을 이야기하도록 설계하면서 레고는 아이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AI 시대, 레고는 아이들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브랜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크리에이티비티를 완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