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는 통신 역사 한눈에, 체험형 위주 전시 구성중장년층은 추억 소환, 어린아이들과 소통에도 제격상설 전시 운영, 예약하면 도슨트 투어 해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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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통신이 극소수를 위한 기술에서 모두를 위한 공공재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거의 100년에 달한다. 메시지와 목소리를 한 곳에서 다른 장소로 잇기 위해 발전해 온 기술과 장비의 변천사는 얼마든지 복잡하고 딱딱하게 풀어낼 수 있는 소재다.

    다만 KT가 광화문 한복판 신사옥에 마련한 ‘온마루’는 모두를 위한 체험형 공간으로 마련됐다. 19세기에 사용한 전보도, 최초의 전화기를 연결하는 교환원 역할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부모 세대는 추억을 말하고, 어린아이들은 몰랐던 다이얼 전화와 삐삐를 직접 만져보며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 공간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했다.

    21일 오후 광화문 KT 웨스트 사옥에 위치한 통신 박물관 온마루를 방문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부터 중장년층, 연인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듯 통신의 역사를 다룬 ‘시간의 회랑’의 첫 부분은 19세기 통신 방식인 ‘전보’를 조명한다. 그 당시 광화문 거리를 재현하며 전깃줄을 통해 전보가 전달되는 것을 형상화했다.

    관람객들은 한켠에서 전보 메시지를 직접 작성할 수 있으며, 작성한 문구를 AI가 추천하는 전보 메시지로 바꿔서 보낸다. 전보 요금은 글자당 책정 방식으로 비쌌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줄여 전달하는 ‘전보체’ 표현 방식이 자리잡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모스부호가 전신주를 통해 넘어가면 반대편에 문구가 출력되는 식으로 시각화해 이해를 도왔다.

    최초의 전화기로 덕수궁에 설치된 ‘덕률풍’은 영어 텔레폰을 한자로 번역한 것. 송수신기가 분리된 형태로 사용하려면 직접 손잡이를 돌려 전기를 발생시켜야 한다. 이 곳에 위치한 전화기 총 6점 중 3점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사료로 높은 소장가치를 지녔다는 점이 놀라움을 더한다.

    그 옆에는 교환원이 직접 연결해주던 수동식 교환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송신잭과 수신잭을 전화를 거는 쪽과 받는 쪽에 맞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도슨트는 기존 남성 교환원에서 1920년대 들어 상냥한 응대가 필요해지면서 여성 교환원으로 대체됐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선망받는 직종이었다고 귀띔했다.

    교환원 없이 자동 전화연결을 가능케 한 TDX 개발 의미도 짚었다. 1986년 상용화된 ‘TDX-1’은 전자식 자동교환기를 세계에서 열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1가구 1전화가 시작되는 상징적 계기이기도 하다.

    현재도 특수문자에서 전화기 모형으로 사용하는 다이얼식 전화기에 대한 세대별 감상은 약간의 충격을 줬다. 도슨트에 따르면 다이얼식 전화기를 처음 본 어린아이들은 전화기를 잡는 방법을 모를뿐더러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도 생소해한다고 전했다. 어느 부분에 귀를 대야 하는지도 어려워할 만큼 알거나 사용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부분 사라진 공중전화와 구시대의 유물인 전화번호부도 한 켠에 놓였다. 카드식으로 진화한 공중전화를 직접 만드는 체험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네임택으로 사용 가능한 카드 굿즈와 더불어 이벤트에 참여하면 키링과 아크릴참까지 함께 받을 수 있었다.

    포토존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그 당시 PC통신 방식을 재현한 90년대 방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법한 소품들과 함께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는 소리까지 구현해 추억을 소환했다. 옆에는 그때 당시 유행했던 캠코더가 설치돼 브라운관에 비친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이동통신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던 삐삐도 흥미로운 요소다. 친구와 연인, 직장에서 사용하던 숫자 암호문화에 대해 체험형식으로 구성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용하던 ‘1717535’의 의미를 알아봤더니 ‘일찍일찍 오세요’라고 적힌 영수증이 출력됐다.

    이동통신 세대별 변천사에서는 부자들만 사용했던 카폰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2세대 이동통신은 당시 대세 폼팩터였던 슬라이드로, 3세대는 패턴, 4세대는 지문인식으로 구성해 관람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새로운 기술과 시대상을 반영한 당시 추억의 광고들은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빛의 중정’은 끝까지 보지 못했다. 서있는 상태에서 화면을 보다보면 어지럼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켠에는 관람객들을 위한 의자가 놓여있어 앉아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 ‘이음의 여정’은 전시테마를 고정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도록 했는데, 기술 변화에 따라 전시 내용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KT가 보유한 통신과 AI 기술, 미디어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공간 내에서는 감상평과 소감을 남길 수 있고, AI 라이브 드로잉도 해볼 수 있었다.

    KT 온마루는 상설 전시관인 만큼 운영 시간 내 자유관람이 가능하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30분 가량 되는 도슨트 투어를 신청하면 깊이있는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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