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에도 GDP는 4분기 -0.3% '역성장'한은 '과도 낙관론' 비판 … 작년 연간 성장 0.97% 그쳐건설·설비·수출 기여도 줄후퇴 … 내수 힘 빠져반도체 의존 성장 한계 … ‘유리그릇 경제’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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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가 '지수의 호황'과 '실물의 침체'라는 이중 경제에 빠지고 있다. 사상 첫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지만 국내총생산(GDP)은 역성장(-0.3%)으로 돌아섰고 연간 성장률도 0.97%에 그쳤다. 반도체 수익과 글로벌 자금이 금융시장을 끌어올리는 동안 내수·건설·설비·수출의 실물 기반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 5000이라는 외형과 달리 실물경제는 역성장 국면으로 후퇴하면서, 겉보기만 커지고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경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직전 분기 대비 -0.3% 감소, 2022년 4분기(-0.4%)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불과 두 달 전 제시한 0.2% 성장 전망보다 0.5%포인트(p) 낮은 데다가, 반올림하지 않은 연간 성장률 0.97%는 잠재성장률(1.8% 추정)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수치상 '1% 성장'조차 유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은의 전망 자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시장의 평가가 잇따른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 기여도(-0.1%p)와 순수출 기여도(-0.2%p)가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건설투자는 공사비 상승·착공 지연 등 구조적 요인 탓에 3.9%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운송장비 중심으로 1.8% 줄었다. 수출 역시 자동차·기계·장비 부진 영향으로 -2.1% 감소했다. 반도체는 수익 기여도는 컸지만 물량이 아닌 가격 요인이었고, 이는 국내 제조업·고용·투자로 연결되지 못한 채 금융시장만 견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건설 부문의 충격은 비판을 키우는 대목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발주 지연, 착공 전환률 하락이 구조적으로 겹치며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건설투자가 중립이었다면 성장률은 2.4% 수준"이라는 역산을 내놓았지만, 정책·금융·공급망·입찰 시스템 등이 동시에 흔들렸다는 점에서 단순 전망 오류로 볼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 사이 금융시장은 반도체 주도의 실적 개선과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오천피 시대'로 진입했다. 반도체 수출의 연간 성장 기여도는 0.9%p로, 나머지 산업의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외국인은 반도체와 지수 ETF 중심으로 순매수했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주가·시총 혜택을 누렸다. 문제는 수출이 물량이 아니라 가격 상승 효과에 의존한 만큼 설비·고용·투자로 이어지는 파급 경로는 약한 상태다. 이는 금융시장의 기대와 실물경제의 체력이 구조적으로 괴리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정책 신뢰도 역시 흔들리고 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이 연중 1.5%→0.8%→0.9%→1.0%로 널뛰기하면서 시장의 예측 기능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재정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리·부동산·관세 변수까지 겹치면 올해 반등 전망조차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반도체에 의존한 외형 성장, 금융 수익과 실물 투자 간 단절, 건설·제조·고용의 동반 약화, 정책 조율의 부재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더 이상 '철판'이 아니라 충격마다 금이 가는 '유리그릇'이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융권 한 임원은 "실적과 지수는 반도체가 끌어올리고 있지만 내수·고용·투자는 공백 상태"라며 "제조업의 수익이 실물 투자로 재전환되지 않으면 성장 기반이 갈수록 얇아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