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주 중 3000만주 구주매출 … IPO 절반은 '회수 자금'5000억원 공모하는데 투자계획은 3년간 35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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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개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공모 구조와 자금 사용 계획을 들여다보면 ‘성장 투자 유치’라는 상장 명분과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공모 물량의 절반이 기존 주주 지분 매각(구주매출)으로 채워진 데다, 증권신고서에 명시된 성장 투자 규모 역시 공모 금액 대비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IPO의 실질적 목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IPO 공모 규모는 약 5000억원이다. 앞선 IPO 도전 당시 제시했던 9840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낮춘 수준이다. 공모는 신주 발행과 구주매출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주매출 비중이다. 전체 공모 물량 6000만주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3000만주가 구주매출로,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물량이다. 구주매출 대금은 회사로 유입되지 않는 만큼, 공개시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성장 투자 재원이 아닌 기존 주주 회수 자금으로 쓰이게 된다.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FI(재무적투자자)들의 엑시트 성격이 강하게 반영된 구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앞선 IPO 도전 가운데에서도 4000만주에 달하는 높은 구주매출 비율로 지적은 받은 바 있다. 이번 상장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되면서 IPO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제기되는 모습이다.케이뱅크는 IPO를 통한 자금 조달 목적을 자본적정성 확보와 사업 확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준수해야 하고, 여신과 자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 유지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SME(SOHO·법인) 대출 확대 역시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배경으로 제시됐다.다만 이러한 설명은 미래 성장에 대한 투자라기보다 규제 대응 수준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증권신고서에 명시된 구체적인 투자 금액 규모는 제한적이다.케이뱅크는 SME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3년간 200억원, 테크 경쟁력 강화를 위해 3년간 100억원, 플랫폼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3년간 5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모두 합쳐도 3년간 350억원 수준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1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공모금액 5000억원과 비교하면 투자 성격의 자금은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SME 대출 심사모형 고도화, AI 인프라 확대, 앱 UI·UX 개선, 플랫폼 제휴 확대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했지만, 숫자로 보면 본격적인 확장보다는 파일럿이나 유지 단계에 가까운 투자 규모라는 지적이 나온다.이 같은 자금 흐름을 두고 시장에서는 "성장 가속을 위한 투자 유치라기보다 자본비율 관리와 기존 주주 엑시트가 결합된 상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신고서 전반에서도 상장 이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 로드맵보다는 재무 안정성과 규제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IPO의 본질은 투자자가 회사의 미래 성장에 베팅하는 것인데, 케이뱅크의 경우 공모 규모 대비 실제 성장 투자로 쓰이는 금액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상장 자체보다 상장 이후 어떤 성장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