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호산구증후군으로 간경변 진행된 13세 환아, 면역관용 유도 국내 첫 사례서울아산병원 김혜리 교수팀 "난치 소아 질환 치료 패러다임 바꿀 전환점"동일 공여자 순차 이식으로 '평생 약' 없는 삶 … 세계적으로 드문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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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약 없이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어요."

    8년간 희귀 난치성 질환인 과호산구증후군(Hypereosinophilic Syndrome, HES)과 싸워온 유은서(여, 13세) 양이 어머니의 간과 조혈모세포를 차례로 이식받는 치료를 통해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중단하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 소아청소년전문과 오석희 교수, 소아외과 남궁정만 교수팀이 과호산구증후군으로 간경변증이 진행된 은서 양에게 동일 공여자인 어머니의 간이식과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을 순차적으로 시행해 '면역관용(Immune Tolerance)' 유도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과호산구증후군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간, 심장, 폐 등 주요 장기를 공격하는 희귀 질환이다. 은서 양은 호산구가 간을 집중적으로 침범하면서 간경변증과 간부전으로 진행돼 간이식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성인 환자에서 간·조혈모세포 순차 이식을 통한 면역관용 유도 사례는 일부 보고된 바 있으나, 면역 체계가 더 미성숙하고 합병증 위험이 높은 소아 환자, 특히 과호산구증후군과 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에서의 성공 사례는 국내 최초다. 의료진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식 환자는 일반적으로 장기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치료는 간이식 이후 동일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환자의 면역 체계 자체를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장기를 '외부 침입자'가 아닌 '자기 조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은서 양은 2017년 과호산구증후군 진단 후 소장 천공으로 인한 장루 조성술 등 수차례 수술을 받았고, 간 손상이 누적되며 2023년 식도정맥류 출혈, 2024년 복수 등 간부전 합병증이 잇따랐다. 단순 간이식만으로는 비정상적인 호산구 생성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의료진은 근본 치료를 선택했다.

    2024년 8월 어머니의 간이식이 먼저 이뤄졌고 이어 2025년 2월 동일 공여자로부터 반일치 말초혈 조혈모세포 이식(Haplo-PBSCT)이 시행됐다. 그 결과 새롭게 형성된 면역 체계가 이미 이식된 간을 '자기 것'으로 인식하는 면역관용 상태에 도달했다.

    은서 양은 2025년 10월 면역억제제 복용을 완전히 중단했으며 최근 간 조직검사에서도 정상 소견을 확인했다. 특히 환자 체내 혈액세포가 100% 공여자 세포로 대체된 '완전 공여자 키메리즘'이 확인돼, 더 이상 비정상적인 호산구가 생성되지 않는 상태임이 입증됐다.

    어머니 박모 씨(가명)는 "약 복용 때문에 금식해야 할 때마다 아이가 친구들과 간식도 못 먹는 모습이 가장 마음 아팠다"며 "이제는 약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게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김혜리 교수는 "간과 조혈모세포 순차 이식을 통해 희귀 난치성 질환의 근본 치료와 면역관용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라며 "비슷한 고통을 겪는 소아 환아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