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 16문·유도미사일·군수지원 제공현지 설원 환경 맞춰 천무 개량해
  • ▲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노르웨이에서 열린 '천무 수출 계약체결식'에서 양국 관계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노르웨이에서 열린 '천무 수출 계약체결식'에서 양국 관계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에 이어 다연장로켓 ‘천무’까지 노르웨이에 공급하며 한국산 지상 화력체계의 북유럽 시장 입지를 한층 넓혔다. 앞서 노르웨이에 수출한 K9 자주포의 운용·유지 지원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에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외교가 더해지며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과 1조3000억원 규모의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사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지난달 30일부터 2029년 7월 30일까지로, 계약 금액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의 11.71%에 해당한다.

    이번 계약은 노르웨이가 추진 중인 차세대 장거리 정밀화력 체계 도입 사업의 핵심 축이다. 전체 사업 규모는 190억 크로네(약 2조8000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천무 구매 비용 약 1조3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비는 노르웨이 군 전력 증강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 국방물자청에 천무 16문과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한 이른바 ‘천무 풀패키지’를 공급하게 된다.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장기 운용과 유지·보수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후속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평가다.

    계약식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마르테 게르하르센 노르웨이 국방차관, 라르스 레르비크 노르웨이 육군 사령관 등 양국 관계자가 참석했다. 계약서에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와 그로 야레 노르웨이 국방물자청 청장이 서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수주전에서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와 독일·프랑스 합작 방산업체 KNDS의 유로풀스(EURO-PULS) 등 유력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천무의 성능 경쟁력에 더해 국가 간 방산 협력 방안과 정부 차원의 외교 지원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계약의 성사 과정에는 정부가 전면에 나선 ‘방산 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0월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노르웨이를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고, 노르웨이 정부 관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천무의 성능과 양국 간 방산 협력 구상을 설명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토레 온슈우스 산드빅 노르웨이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는 등 고위급 소통도 이어졌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선 이른바 ‘원팀 세일즈’ 전략은 기업 단독으로는 제안하기 어려운 장기 군수지원과 산업 협력까지 포괄하며 노르웨이 정부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주노르웨이 대한민국 대사관도 지난해 2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 데이(현지 기업 초청 행사)’를 지원하며 현지 산업계와의 네트워크 구축과 행사 성과를 뒷받침했다.

    이 같은 방산 외교는 미국과 유럽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상대로 한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서 올해 첫 K-방산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강 비서실장은 지난달 31일(한국 시간)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계약은 극저온의 혹한 환경에서도 완벽히 작동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북유럽 시장 전반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르웨이가 한국을 선택하면서 인근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도 한국산 무기체계를 검토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며 “향후 다른 국가로 수출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노르웨이 천무 계약을 계기로 K9 자주포에 이어 천무를 글로벌 베스트셀러 무기체계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르웨이에 공급되는 천무는 극저온 설원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량한 ‘현지 맞춤형’ 제품이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 더해 현지 운용 환경을 반영한 설계는 K-방산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천무 도입 국가 간 부품 수급과 운용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천무 운용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노르웨이에 수출한 K9 자주포 운용 지원을 통해 그동안 쌓은 신뢰와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외교가 결합해 이번 계약이 성사됐다”며 “정부와의 ‘원팀’ 체계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안보에 기여하고 글로벌 방산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