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회사 82곳 누락 … 자산 3.2조·동일인 허위 제출 역대 최대대기업집단 지정 3년 회피·내부거래·사익편취 규제 비껴가"지배구조·공시 신뢰 부담" vs 영원 "실무 착오"
  • ▲ 성기학 영원그룹 회장
    ▲ 성기학 영원그룹 회장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이끄는 성기학 영원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됐다. 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과정에서 계열회사 현황을 누락해 대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했다는 혐의다. 패션업계를 대표해온 경영인이 공시 문제로 고발되며 불명예를 안게 됐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성기학 회장은 2021~2023년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본인과 두 딸, 친족이 소유한 회사 등 총 82개 계열회사를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69개사, 2022년 74개사, 2023년 60개사가 누락됐다. 이들 회사의 자산 합계는 3조2400억원으로 동일인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계열회사 누락으로 영원은 2021년부터 자산총액 5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어야 했지만 실제 지정은 2024년에 이뤄졌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회사 간 출자 및 내부거래 공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되는데 영원은 약 3년간 해당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이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영돼온 간소화된 지정자료 제출 제도를 악용한 사례에 대해 동일인을 고발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성 회장이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는 물론 두 딸이 소유한 회사와 친족 회사까지 계열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일부 회사는 영원무역 및 주요 계열회사와 거래 관계도 맺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성 회장은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해 국내 섬유·아웃도어 산업을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꼽혀왔다. 2010년대에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과 국제섬유생산자연맹 회장을 지내며 업계를 대표하는 역할도 맡기도 했다.

    오리털 파카 열풍과 고기능성 아웃도어 의류 확산을 이끌며 노스페이스를 20년 넘게 국내 아웃도어 시장 1위 브랜드로 성장시킨 인물로도 평가된다. 영원은 이러한 성 회장의 경영 아래 글로벌 아웃도어·스포츠웨어 브랜드에 의류를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성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고발이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지배구조와 공시 신뢰도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ESG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흐름 역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영원무역은 2024년 매출 3조5200억원을 기록했지만, 자전거 브랜드 스캇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3160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매출 3조8000억원대, 영업이익 4700억~5000억원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원 측은 고의성을 부인했다.

    영원 관계자는 "실무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사안으로 고의적 은폐나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문제를 인지한 즉시 자진신고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