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 '도시정비법 개정' 요구 올라와부정 이익 10배 위약벌 환수 및 내부고발자 30% 포상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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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조합 임원과 건설사 간의 유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부정하게 챙긴 이익의 10배를 물어내게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23일 국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민전자청원 게시판에는 '재건축 조합장 부정 이익 10배 위약벌 도입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 청원'이 올라와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청원인 김 모씨는 현행 처벌 체계가 비리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우리나라 가구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조합 임원들이 시공사나 용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현행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은 실질적인 억지력이 낮아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의 핵심 골자는 △부정 이익의 10배를 조합에 반환하는 '위약벌' 조항 신설 △징수액의 30%를 지급하는 '내부 고발자 포상제' 도입 △표준 정관 내 위약벌 규정 의무화 등이다. 특히 위약벌은 기존의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과는 별개로 집행할 수 있도록 징벌적 성격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정비사업 현장의 법 위반 사례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합동 점검 결과 적발된 위반 행위는 총 714건에 달했다. 이 중 사안이 엄중해 수사 의뢰된 것만 105건이다.

    주요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필수 절차인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이른바 '총회 패싱'이 대표적이다.

    또한 특정 감정평가업자를 밀어주기 위해 부적정한 수의계약을 맺거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업체에 사업을 맡기는 등 불투명한 업체 선정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역시 부당한 금품 수수다. 업체 선정의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조합장과 임원들이 공금을 개인 주머니처럼 사용하며 횡령·배임을 저지르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청원이 정비사업 특유의 폐쇄성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 간의 카르텔을 외부에서 밝혀내기가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내부 고발자에게 포상을 제공함으로써 비리를 스스로 폭로하게 만드는 유인책인 것이다. 

    다만 과잉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 제134조에 따르면 조합 임원은 벌칙 적용 시 공무원으로 의제돼 형법상 뇌물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당 청원은 향후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경우 국회 소관 위원회에 회부돼 공식적인 개정 논의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