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코리빙 '만실' 행진…서울 주요지점 입주율 95% 육박"안전과 경험에 지갑 연다"…'기업형 임대'로 발길 돌리는 MZ
  • ▲ 1인 가구 증가와 월세 선호 확산으로 독립과 공유 주거가 결합된 '코리빙 하우스'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연합뉴스
    ▲ 1인 가구 증가와 월세 선호 확산으로 독립과 공유 주거가 결합된 '코리빙 하우스'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1인 주거시장 패러다임이 생존에서 경험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MZ세대 전유물이자 1인 주거 표준이었던 가성비 위주 쉐어하우스 시대가 저물고 코리빙하우스(Co-living house)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다.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 100만원대 고가 임대료를 지불하더라도 호텔급 커뮤니티를 누리려는 수요가 몰리며 1인 주거 풍경이 바뀌고 있다.

    코리빙하우스는 침실과 욕실 등 개인의 독립된 거주 공간은 철저히 유지하면서 거실과 주방, 사무 공간 등은 입주민들과 공유하는 형태다. 특히 대형 자본을 투입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업형 주거 모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 용산의 한 코리빙하우스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는 매달 임대료로 110만원을 지출한다. 보증금은 1000만원 미만으로 저렴하고 호텔급 조식과 헬스장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반면 취업준비생 박모 씨는 관악구 신림동의 보증금 500만원, 월세 45만원짜리 쉐어하우스를 택했다. 박씨는 "잠만 자는 방에 100만원을 쓰는 건 사치"라며 "아낀 돈으로 학원비를 내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인 가구 공유 주거는 '월세 40~50만원대' 실속형 쉐어하우스가 대세였다.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쉐어하우스는 MZ세대 고유한 주거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1인 가구 시장은 대형 자본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코리빙하우스로 그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주거를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하는 구독 서비스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 용산 241'은 지난 2024년 4월 입주를 시작한 이후 하이엔드 서비스를 앞세워 올해 2월 기준 92% 이상의 높은 입주율을 유지하고 있다. 

    1인실 중심의 감각적인 설계를 선보인 MGRV의 '맹그로브 신촌'은 2024년 2월 개관 이후 96%라는 수치를 기록 중이며 인기 지점은 공실 대기자만 수십 명에 이른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KT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 이스트폴' 역시 한강 조망과 ICT 보안을 무기로 오픈 3개월 만에 입주율 90%를 조기 달성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입주민들이 일반 오피스텔보다 2배 이상 비싼 월세를 감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과 편의다. 잇따른 전세 사기 여파로 목돈을 맡기는 것에 공포를 느낀 청년들이 대기업이 운영해 보증금 반환 걱정이 없는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마크빌 한 입주민은 "전세 사기 뉴스 때문에 대출도 부담스러웠는데 이곳은 보증금 떼일 염려가 없고 임대료 현금영수증 발행도 확실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 ▲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SK디앤디 홈페이지
    ▲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SK디앤디 홈페이지
    특화된 주거 경험도 입주민들의 선택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커먼라이프 트리하우스'처럼 반려동물 전용 시설을 갖추거나 홈 IoT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가전과 보안을 제어하는 기능 등은 기존 주택에서 경험하기 힘든 경험이다. 최소 2주 단위의 유연한 계약 방식도 특정 사무실에 얽매이지 않는 장소 독립형 근무자들에게 적합하다.

    다만 주거 트렌드의 진화 이면에는 여전한 한계가 존재한다. 프리미엄 코리빙의 경우 화려한 공유 공간에 비해 정작 개인 공간인 1인실 전용면적은 10~16㎡(약 3~5평) 내외로 매우 협소하다. 

    한 코리빙 하우스 입주민은 "라운지는 화려하고 예쁘지만 막상 하루를 마무리하러 내 방에 들어오면 좁은 면적 탓에 답답함과 우울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부대비용도 부담이다. 월세 100만원 외에도 매월 10만~15만원의 관리비와 유료 프로그램 비용 등을 합치면 실제 지출은 130만~15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인근 오피스텔 대비 전용면적당 임대료가 최대 2.6배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입주민은 "커뮤니티 서비스는 만족하지만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을 보면 주거비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고가 월세가 1인 주택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이면서 주거 안정성과 비용 사이의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을 갖춘 코리빙의 확산은 주거의 질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거 시장의 상향 평준화를 유도해 실속형 주거지를 시장 외곽으로 밀어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취향에 따른 선택을 넘어 자산 규모에 따라 주거지가 계급화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과 서민 주거 사이의 완충 지대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