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보험료 80조 중 장기보험 59조…비중 73%CSM 쌓기 유리한 장기보험 집중…일반보험 역할 위축
  •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의 여파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보험 본연의 역할인 사회 안전망 보장 기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미나이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의 여파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보험 본연의 역할인 사회 안전망 보장 기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미나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미래 수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경쟁에 몰두하면서 장기보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화재·해상 등 기업 위험을 보장하는 일반보험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며 보험 본연의 사회 안전망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주요 11개 손해보험사의 전체 보험료는 80조 8503억원이다. 이 가운데 CSM 산출에 유리한 장기보험료는 59조 2744억원으로 전체의 73.3%를 차지하고 있다. 11개 보험사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롯데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예별(MG)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이다. 

    반면 손보사의 근본인 '화재'와 '해상' 규모는 장기보험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다. 삼성화재와 흥국화재의 화재 수입은 636억원에 불과하며,  해상보험의 대표사인 현대해상의 해상 수입 역시 2313억원에 그쳤다. 수십조원의 장기보험 시장과 비교하면 이름이 무색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특히 흥국화재의 경우 전체 보험료 2조 2700억원 중 장기보험 비중이 92%(2조779억원)에 달했으며, 메리츠화재 역시 86.7%로 대부분을 장기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가 장기보험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IFRS17 하에서 미래 수익 지표인 CSM을 높이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장기보험은 계약 기간이 길고 수익성이 높아 IFRS17 체계에서 CSM을 쌓기에 유리한 구조다. 문제는 장기보험 중심 경영이 강화되면서 대형 화재나 해상 사고 등 고난도 위험을 다루는 일반보험 시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보험 본연의 역할인 리스크 완충 기능보다 회계 지표 관리에 경영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연구 전문가는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기형적 문제"라며 "자본도 튼튼해야 하고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이란처럼 군사 공격을 당한다거나 하면 해상보험과 위험 분석 능력은 필수"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소형사들의 경우 더 여력이 없다"며 "화재 등 기업용 일반보험 비중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