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조518억 → 86조5809억삼성생명 -1656억, 롯데손보 -1214억, 미래에셋생명 -598억증권사 3% 수익률 앞세워 맹추격
  •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앞두고 보험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중 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한 분기만에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면에서 은행이나 증권사에 뒤쳐지고 있어서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본격화하면 안정성뿐 아니라 수익률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머니무브(자금이동)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총 338조36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적립금 규모는 은행 174조9013억원, 보험사 86조5809억원, 증권사 76조8838억원 등이다.

    퇴직연금이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라는 점에서 은행의 점유율이 51.7%로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보험사(25.6%)와 증권사(22.7%)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높은 수익률을 앞세운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은행과 보험사의 점유율은 줄고 있다. 실제 보험사의 지난해 4분기까지 퇴직연금 적립금은 87조518억원으로, 한 분기만에 4709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2.6%포인트(p) 감소했다.

    보험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 44조6802억원에서 올해 1분기 44조5146억원으로 1656억원 줄었다. 다음으로 롯데손해보험이 같은 기간 2조4141억원에서 2조2927억원으로 1214억원 감소해 5% 넘는 하락폭을 보였다.

    보험사 중 3위 규모의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1분기 598억원 줄어든 6조1440억원의 퇴직연금을 운용 중이다. 흥국생명(1조1197억원)은 한 분기만에 669억원 줄어 가장 큰 하락폭(5.6%)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삼성생명 다음으로 많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유한 교보생명은 올 1분기 10조729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0억원(0.1%) 증가했다. 신한라이프생명도 같은 기간 7309억원에서 7915억원으로 606억원(8.3%)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런 변화 양상은 퇴직연금 수익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가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확정급여형(DB)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삼성생명은 1.43%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교보생명(2.69%), 신한라이프생명(2.44%) 등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만큼 시장점유율도 지난해보다 2.7%p 증가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인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3곳의 평균 수익률은 DB형 2.81%, 확정기여형(DC) 2.86%, 개인형 IRP 2.88% 등으로 보험사보다 최대 1%포인트(p) 넘는 격차를 보였다.

    퇴직연금 특성상 적립금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누적 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에 따라 받게 되는 연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결국 수익률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증권사로의 대규모 머니무브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따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사전에 결정한 운용 방법을 통해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해 운용하는 것으로, 기존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자체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서 수익률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것"이라면서 "보험사들도 고수익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