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직격탄 … 8조 대어 IPO 흔들린 HD현대로보틱스IPO 막히면 자금조달 막막 … 플랜B 꺼내도 밸류 디스카운트 부담결국 지주사 HD현대 몫될수도 … ROE 희석·NAV 할인 ‘이중 압박’
  • ▲ ⓒHD현대로보틱스
    ▲ ⓒHD현대로보틱스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규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글로벌 제조 자동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만큼 투자 속도를 늦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로봇 사업 투자 재원이 결국 지주사 HD현대의 재무 전략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기업 계열사의 신규 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중복상장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나 상장 모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모회사가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 규제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D현대는 HD현대로보틱스의 지분 81.82%를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는 2020년 5월 1일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HD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1월 6개 증권사를 공동 주관단으로 꾸리며 대형 IPO 준비에 착수했다. 상장 시 기업가치는 6조원대 후반에서 최대 8조원 안팎까지 거론됐다. 지난해 10월 산업은행과 KY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1800억원 규모 프리IPO 투자를 유치할때 인정받은 1조8000억원 대비 예상치가 4배 이상 뛴 셈이다. 

    중복상장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IPO 일정과 방식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IPO가 흔들릴 경우 로봇 사업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경쟁이 빠르게 격화되고 있고, 로봇 사업이 그룹 제조 자동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만큼 투자를 늦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HD현대로보틱스 차원에서는 금융권 차입, 전략적 투자자(SI)·사모펀드(PE) 투자 유치, 추가 프리IPO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산업용 로봇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산업 특성상 자금 조달 난도가 높다. 아울러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현금 창출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IPO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수 경로가 약해지는 만큼 투자 조건이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투자자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D현대로보틱스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지주사 HD현대가 직접 투자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HD현대가 보유 현금과 계열사 배당을 활용하고, 부족한 자금은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으로 보완하는 방법이 예상된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상장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EB 발행, PRS 계약, 지분담보대출 같은 지분 유동화 방식까지 섞는 혼합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그러나 지주사가 직접 자금 조달에 나서거나 자산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이 반복될 경우, 시장에서는 이를 ‘자회사 리스크의 지주사 전이’로 인식할 위험도 있다. 

    우선 자금을 로봇 사업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자본배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 가시성이 낮은 사업에 자금을 투입할 경우 ROE(자기자본이익률)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비효율적 자본배분으로 인식해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HD현대의 ROE는 약 7.92% 수준으로, 유사 지주사로 거론되는 한화(12.22%) 대비 35% 가량 낮다. 

    또 상장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EB 발행이나 PRS 계약, 지분담보대출 등 지분 유동화에 나설 경우 자산 구조 측면의 부담이 커진다. 보유 지분이 담보나 파생거래에 활용되면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계열사 주가 변동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진다. 시장에서는 이를 지주사 가치의 불확실성으로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NAV(순자산가치) 할인 폭이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예외 가능성도 일부 존재한다. 규제안은 국가첨단전략산업 등 일부 산업에 한해 모회사 이사회 결의를 거친 경우 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현재 규제안에서 예외 허용 산업으로 거론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의 대표 범주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지만 로봇 산업이 포함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