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 심사위원단 인터뷰]"아이디어 자체의 힘과 발상의 완성도에 더 집중""글로벌 보다 로컬, 로컬성이 작품 경쟁력 돼"
  • ▲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배금별 이노션 ECD. ⓒ정상윤 기자
    ▲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배금별 이노션 ECD. ⓒ정상윤 기자
    올해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 심사에서 배금별 이노션 ECD(제작전문임원)가 읽은 가장 분명한 흐름은 아이디어로의 회귀였다. 정교한 기술이나 복잡한 장치보다, 전통 미디어의 문법 안에서 더 또렷하게 작동하는 본질적인 발상이 강한 지지를 받았다.

    30일 브랜드브리프는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오디오 & 라디오(Audio & Radio), 필름(Film), 인쇄 & 출판(Print & Publishing) 부문을 심사한 배금별 이노션 ECD를 만나 올해 수상작의 특징과 심사 과정에서 나타난 아시아태평양(APAC) 크리에이티비티의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들어봤다.

    배 ECD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Brand Experience)나 미디어(Media) 부문의 경우 정량적인 수치가 성과로 드러나는 반면, 전통적인 미디어이기 때문에 아이디어 자체의 힘과 발상의 완성도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령 오디오 출품작의 경우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더 파워를 발휘하는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춰 심사를 했고, 트로피 색깔을 결정짓는 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끼리 그런 식의 토론을 많이 했다"는 것이 배 ECD의 설명이다. 
  • 그의 이목을 끈 것은 덴츠(DENTSU) 도쿄가 대행한 아지노모토(AJINOMOTO)의 '음식의 목소리(Voice of Food)' 캠페인이다. 기존 이미지 중심의 레시피를 오디오 중심의 관점에서 새롭게 작성한 것이 해당 캠페인의 골자다.

    가령 많은 레시피들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같은 시각적 단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회사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의 요리사 미키(Miki)와 함께하며 음식이 내는 소리에 따라 레시피를 수정했다. 아지노모토가 운영하고 있는 레시피 플랫폼에서 총 100개의 레시피가 소리 중심의 가이드로 탈바꿈됐으며, 시각장애인 고등학교에서 요리 동아리가 신설되는 등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만들어 냈다.

    이 캠페인은 오디오 & 라디오 부문 실버와 브론즈를 수상했다.

    배금별 ECD는 이 작품이 단순히 시각장애인을 위해 들을 수 있는 요리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차원을 넘어, '매뉴얼은 보고, 읽는 것'이라는 익숙한 관념 자체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평했다. 

    그는 "그렇다면 터치하는 매뉴얼, 냄새 맡는 매뉴얼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더 큰 화두를 여는 트리거가 되느냐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 ▲ 배금별 이노션 ECD. ⓒ정상윤 기자
    ▲ 배금별 이노션 ECD. ⓒ정상윤 기자
    기술(technology)로 점철된 캠페인이 일면 화려해 보일지라도,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한 방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AI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AI로 도배됐던 2, 3년 전부터 꾸준하게 견지해 온 배금별 ECD의 철학이다.

    배금별 ECD는 "예전에는 얼마나 정교한 테크놀로지로 완성도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했다면, 올해는 기술 분야에서도 '원 아이디어, 원 테크놀로지'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기술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하나의 분명한 아이디어를 정확하게 해결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사와 카피 등 '스크립트' 자체에 충실한 클래식한 작품들이 강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배 ECD는 "긴 토론 끝에 그냥 라디오 광고인 작품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필름 부문에서도 전형적인 TV 광고가 그랑프리를 받았다"며 "결국 본질은 사람. 다양한 기술과 용감한 접근이 많았음에도, 끝내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 살아남았다. 결국 모두가 다시 아이디어만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져 반가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4년에도 스파이크스 아시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여러 글로벌 광고제 경험이 있지만, 올해 심사에서는 특히 APAC 특색이 묻어난 캠페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봤다. 이 배경에는 로컬 문화에 대한 태도 변화가 있다. 

    배금별 ECD는 "과거엔 특정 지역의 문화나 언어, 생활 습관에 기반한 아이디어들이 너무 지역적이어서 글로벌하게 이해받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로컬성이 작품의 경쟁력이 된다"며 "심사위원들도 1차, 2차 심사를 하며 해당 문화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또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충분히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는 "K-컬처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글로벌한 아이템인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로컬 아이템인데 배우고 싶어'라는 자세로 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배 ECD에 따르면 울프(WOLF) BKK 방콕이 대행한 태국 KFC의 '카프라오 범죄자들(THE KAPRAO CRIMINALS)' 캠페인도 그 수혜자 중 하나다. 

    태국식 덮밥인 카프라오 혹은 카파오는 태국에서 국민 음식으로 통한다. 카파오에 너무 진심인 나머지, 태국인들은 카파오 잎 외 양파나 옥수수, 긴 콩 같은 다른 채소를 넣는 작은 변형조차도 범죄처럼 여긴다. 이에 소셜미디어에서는 정통 레시피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카파오를 찾아내 비판하는 이른바 '카파오 경찰(Kaprao Police)'이 꾸준히 등장해 왔다.

    KFC는 '카파오 크리스피 치킨 라이스 볼'이라는 신메뉴를 출시하며, '샌더스 대령(Colonel Sanders)'도 범죄자임을 인정했다. 그는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어떤 카파오인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로컬 음식 문화에 대한 존중을 통해 반발 가능성을 유쾌하게 일축시켰다. 

    이 캠페인은 필름 부문 골드와 실버를 수상했다.

    배금별 ECD는 "처음에는 샌더스 대령의 캐릭터 구현이 다소 낯설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KFC 할아버지와는 결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그 독특한 표현 방식 자체가 태국적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고, 필름 부문에서 골드까지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 ▲ '치키(Chicky)' 캠페인 영상 갈무리. 그랩마트(GrabMart)는 오프라인 식료품점과 동일한 가격, 품질,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스파이크스 아시아
    ▲ '치키(Chicky)' 캠페인 영상 갈무리. 그랩마트(GrabMart)는 오프라인 식료품점과 동일한 가격, 품질,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스파이크스 아시아
    올해 심사를 돌아보며 배 ECD는 "철저하게 절제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다"고 밝혔다.

    GIGIL 마닐라가 대행한 그랩(GRAB)의 '치키(Chicky)' 캠페인은 그랩 앱 내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그랩마트(GrabMart)를 홍보하지만, 오프라인보다 더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오프라인 식료품점과 동일한 가격, 품질,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 ▲ '치키(Chicky)' 캠페인 영상 갈무리. 그랩마트(GrabMart)는 오프라인 식료품점과 동일한 가격, 품질,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스파이크스 아시아
    퍼플리시스(PUBLICIS) 태국이 대행한 KFC의 '빠진 한 조각(The M SSING PIECE)' 캠페인은 6개의 베이비 샌더스 피규어를 다룬다. 주인공은 귀여운 피규어 세트를 완성시키고 싶어 하지만 실패하는데, 마지막 피규어는 끝내 등장하지 않은 채 영상이 끝난다.

    배금별 ECD는 "보통의 클라이언트라면 마지막 순간에 제품 장점을 덧붙이고, 비교 우위를 못박고 싶어 하지만, 이 작품들은 그 유혹을 견디며 아이디어의 힘을 지켜냈다"며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아주 용감한 캠페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 광고제 경험이 현업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자극은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배 ECD는 "시대가 바뀌든, APAC이든 글로벌이든, 어떤 카테고리든 결국 심사하는 사람들 역시 모두 현업의 크리에이터다. 심사 과정에서 '아, 나도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가장 강하게 남는다"며 "한 번 광고제 현장을 경험하고 오면 이후 1년 동안 내는 아이디어가 그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달라진다. 더 많은 실무자들이 그런 자극과 영감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업계 차원의 지원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브랜드브리프는 2026 스파이크스 아시아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김주미 현대자동차 상무, 김태원 이노레드 공동 대표, 배정화 웨버샌드윅 코리아 대표 등 한국 심사위원의 인터뷰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