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병목에 삼성 ‘대안’ 부상 … 빅테크 멀티소싱 확산수율·테일러 팹 가동이 분수령 … 과잉투자 ‘피크론’ 경고도
  •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위)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대에 들어서고 있는 TSMC 공장(아래) 전경.ⓒ삼성전자, TSMC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위)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대에 들어서고 있는 TSMC 공장(아래) 전경.ⓒ삼성전자, TSMC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선단공정 생산능력이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반등 기회로 보는 시각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피크론’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29일 대만과 미국 현지 보도 등을 종합하면 TSMC의 첨단공정은 이미 구조적 병목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AI 가속기, 고성능컴퓨팅(HPC)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특정 공정에 주문이 집중됐고, 단기간 내 캐파 확대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에 브로드컴은 지난 24일 TSMC를 두고 더 이상 무한대의 캐파를 가진 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며 2026년 내내 공급 병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 역시 첨단 공정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TSMC도 공격적인 증설로 대응에 나섰다. 2026년 설비투자를 520억~560억달러(약 78조~84조원)로 제시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했고,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 신규 팹 건설도 추진 중이다. 다만 선단공정은 장비·공정 안정화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내 병목 해소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현재 2나노급 선단공정을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정도다. 삼성은 최근 엔비디아, 테슬라, AMD 등과의 협력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고, 시장에선 TSMC의 대안 공급처로서 삼성 파운드리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삼성은 엔비디아, 테슬라, AMD, Arm 등과의 협력 가능성이 잇따라 거론되는 배경이다. 최근 TSMC의 선단공정 공급 부족과 삼성의 기술 격차 축소가 맞물리며 AI 전용 칩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이 300조원을 넘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이 얼마나 대체 수요를 흡수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TSMC의 캐파 부족이 곧바로 삼성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삼성은 그동안 낮은 수율과 공정 안정성 문제로 주요 빅테크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2나노 수율이 60%를 넘겼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양산 검증 단계 진입’ 수준으로 보며 대형 고객의 반복 발주로 이어지려면 추가적인 안정성 입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삼성은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량 양산 시점은 2027년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일러 팹이 정상 궤도에 올라야 북미 고객 대응, 공급망 안정성, 지정학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 삼성의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가동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TSMC 캐파 포화에 따른 반사이익도 제한될 전망이다. 

    더 큰 변수는 이른바 ‘피크론’이다. 현재의 공급 부족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업계 전반이 미래 수요를 선반영해 과도한 증설 경쟁에 나서는 국면으로도 해석된다. 주요 고객사들이 3~5년 단위 장기계약으로 물량을 선점하고, 공급사들이 이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CAPEX를 확대하는 흐름은 통상 반도체 사이클 후반부에서 반복돼 온 패턴이다. 

    TSMC 역시 AI 수요를 근거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투자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삼성 또한 장기 고객 확보 전략을 병행하고 있어 현재의 ‘공급 부족 → 증설 경쟁 →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사이클 재현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