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에 휘발유값 안정효과 제한적 … 고환율·고물가 기조 확대긴축 필요성에 금리인상 목소리까지 … 주택 보유세 증가에 가계 부담 급증정부, 10조원 규모 소비쿠폰 지원 추진 … 전문가들 "물가·환율 상승 압력 높아져"
  • ▲ 국회 추경안 (PG) ⓒ연합뉴스
    ▲ 국회 추경안 (PG) ⓒ연합뉴스
    미국-이란 발 중동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 유가 상승과 세금 부담 확대, 금리 인상 압력이 동시에 겹치며 가계 경제가 전방위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대규모 현금성 지원 정책까지 추진하면서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넘어 인플레이션 통제력 상실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의 가격 통제로 3월 셋째 주(15~19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L)당 1829.3원으로 전주 대비 72.3원 하락했다. 경유 가격도 1828.0원으로 96.5원 떨어지며 휘발유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주유소 상당수가 가격을 내리기는 했지만, 인하 속도와 폭이 전쟁 초기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안정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업계에선 재고 손실과 수익성 악화 같은 부작용뿐 아니라, 약 2~3주간의 국제유가 반영 시차와 전쟁 장기화 조짐을 고려할 때 국내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형성되면서 물가 측면에서 상승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일부 품목에선 가격 인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에선 지난달부터 크게 상승한 원윳값이 이달부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6만2951원으로 전년보다 13.65% 뛰었다. 같은 기간 소 안심(100g)은 1만5639원으로 14.6%, 달걀(30구)은 6772원으로 8.4% 상승했다. 음식·숙박·학원비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3.5%까지 치솟으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고환율 기조에서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 긴축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유가와 환율 상승이 맞물리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다. 이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국채 금리 상승 등 시장금리가 들썩이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세금 부담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 이상 상승했고, 서울은 18% 넘게 뛰며 보유세 부담 확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은 단순한 보유세 증가에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료 등 각종 준조세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여서 가계 부담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되자 정부는 추가 재정지출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에너지 바우처 등 취약계층에 대한 유류비 지원과 화물차·대중교통·농어업인 유가보조금 지원, 중소기업 등 수출기업 지원 예산 등이 추경안에 모두 담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지난해 소득과 지역에 따라 15만~55만원 범위 안에서 차등 지급했던 소비쿠폰 지급도 유력하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2026년 3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도 "중동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위험 증대가 우려된다"며 "민생안정·경제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경 메시지를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전쟁 추경의 총규모가 2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중 절반인 10조원가량은 대국민 현금성 지원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지원금은 단기적으로 소비를 떠받칠 수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특히 공급 측면에서 개선 없이 현금성 쿠폰이 대거 풀릴 경우 수요만 자극해 물가를 더 끌어올리고 통제력을 잃는 '하이퍼 인프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단순 경기 둔화 국면이 아닌 복합 위기 단계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재정지출 확대까지 겹치면 통화·재정 정책 간 충돌에 따라 정책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복합 충격 국면에선 단순 현금 지원보다 구조적 대응과 공급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민생쿠폰 재배포 시 물가와 환율 상승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