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규모 360조로 쪼그라들어자금유입 1위 TIGER반도체TOP10 , 반도체 쏠림 지속개인 순매수 1위 KODEX 레버리지, 고위험 베팅 확대원유 ETF 50%대 급등 vs 로봇·AI 20%대 급락당분간 원자재 관련 ETF 변동성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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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쟁 여파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400조 진입을 눈앞에 두고 후퇴했다. 다만 극도의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반도체 등 일부 분야와 단기 반등을 노린 레버리지 ETF에는 자금이 몰렸다. 업계에선 당분간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에 원유·원자재 관련 ETF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말 기준 ETF시장 규모는 360조70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말 387조6420억원에서 6.95% 줄어든 수치다. 400조 시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 발발하며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자 ETF시장도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자금 이탈이 아닌 ‘포지션 재조정’으로 보고 있다. 전쟁 리스크로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ETF 내부에서는 특정 테마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ETF가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리스크 대응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금 흐름은 극명하게 갈렸다. 3월 한달간 자금유입 1위는 TIGER반도체TOP10으로 3조402억원 순유입됐다. 이어 KOACT코스닥액티브(1조280억원), KODEX레버리지(7177억원), RISE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6750억원), KODEX200타켓위글리커버드콜(5908억원), TIGER반도체TOP10레버리지(5679억원), KODEX반도체(5173억원), TIME코스닥액티브(5131억원), KODEX200(4715억원), KODEXAI전력핵심설비(277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 전체는 위축됐지만 반도체와 지수형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코스피 상승의 핵심 축이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확신 있는 섹터로 쏠리는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KODEX레버리지로 1조4022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KOACT코스닥액티브(7776억원), KODEX200(5647억원), KODEX200타켓위클리커버드콜(5006억원), TIGER반도체TOP10(4999억원),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4674억원), TIGER반도체TOP10레버리지(4094억원), TIME코스닥액티브(4060억원), KODEX반도체레버리지(2795억원), TIGER미국S&P500(262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ETF로의 쏠림은 하락장 속에서도 단기 반등을 노리는 베팅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개인들은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이 같은 흐름은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전쟁의 영향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중동 전쟁 이후 한 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는 원유 관련 상품이었다. KODEX WTI원유선물(H)가 55.25% 상승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TIGER 원유선물Enhanced(H)가 52.34%를 나타냈다. 이어 RISE팔라듐선물인버스(H) 19.39%, RISE미국원유에너지기업 18.23%, KIWOOM미국원유에너지기업 16.05%, TIGER차이나전기레버리지(합성) 15.46%, KODEX미국S&P500에너지(합성) 15.42%, RISE미국천연가스밸류체인 12.27%, PLUS200선물인버스2x 12.24%, KODEX골드선물인버스(H) 10.80% 순으로 집계됐다.

    에너지와 원자재 ETF가 '전쟁 수혜주' 역할을 하며 자금 피난처로 부상한 것이다. 반면 성장 테마 ETF는 직격탄을 맞았다.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제외하면 TIGER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이 25.12%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이어 HANAROK휴머노이드테마TOP10(-23.18%), TIGER현대차그룹플러스(-21.51%), KODEX자동차(-21.06%), TIGER200경기소비재(-20.99%), RISE팔라듐선물(H)(-20.64%), ACEKPOP포커스(-20.43%), SOL한국AI소프트웨어(-20.18), RISE AI&로봇(-19.60%) 등으로 나타났다.

    고밸류 성장주 중심 ETF들이 금리, 유가, 환율 변동성이라는 삼중 압박을 견디지 못한 모습이다. 

    향후 시장은 전쟁 여파에 따른 공급 차질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분간 원유·원자재 관련 ETF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전쟁이나 공급 차질 우려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WTI 100달러 이상 고착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금리 인하 기대 후퇴,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재개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구간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대응이 우선되며 에너지와 원자재, 특히 원유·농산물·비료 중심 대응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은 이제 단순 자금 유입 창구를 넘어 투자자 심리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속도계’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정 테마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