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호르무즈 개방 조건 2주간 휴전…종전협상 돌입산유국 정유시설 등 인프라 가동중단…재건시장 활기 예상'터줏대감' 삼성물산·현대·대우·GS·삼성E&A 수혜 예상
  •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공단. ⓒGS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공단. ⓒGS건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 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전쟁으로 해외 수주 감소, 건설자재값 상승 이중고를 겪었던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재건 특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휴전이 종전으로 이어질 경우 중동 산유국 에너지 인프라 복구, 이란 재건사업 등 국내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초대형 악재로 여겨졌던 전쟁이 향후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전격 합의하고 곧바로 종전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종전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8일 오전 8시5분 기준 전장 대비 12.49% 급락한 배럴당 98.84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직격타를 맞았던 건설업계도 현지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종전이 되더라도 유가나 건설자재값이 바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중동지역 재건 특수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전쟁 발발 후 중동 산유국들은 이란 측 공습으로 주요 에너지 생산시설이 파괴되는 등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예컨대 카타르에서는 지난달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중추인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이란 측 공격을 받아 가동 중단됐다.

    그 여파로 카타르 정부는 한국 등 주요 고객사와 계약한 액화천연가스 장기 공급 물량에 대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라스라판 생산시설 복구에는 적어도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쿠웨이트 경우 전력·담수화시설 발전기 2기가 이란 측 드론 공격으로 가동 중단됐고 쿠웨이트석유공사(KPC) 본부와 미나 알 아마디 및 미나 압둘라 정유소 등도 잇따라 피격됐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동부 핵심 산업도시인 주바일 내 석유화학 단지가 이란 측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 주바일은 전세계 석유화학 제품의 6~8%이 생산되는 핵심 산업지구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도 루와이스에 위치한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이 피격으로 인한 연쇄 화재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특히 전쟁 당사자인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잇단 폭격으로 사실상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됐다. 정유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는 물론 도로, 항만, 공항 등이 상당 부분 파괴돼 전후 복구에 100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에서는 종전이 현실화할 경우 중동 일대 재건시장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낮고 국내 건설사들의 현지 시장 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시장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일대 지정학적 위기는 국제 유가와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전 양상을 띠기 힘들 것"이라며 "벌써부터 재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중동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국내 건설사들이 다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고 현지 발주처와의 네트워크도 구축돼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 지난 7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7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로선 주요 산유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삼성E&A 등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카타르에서 초대형 탄소 압축·이송설비 공사와 태양광 발전사업 등을 따냈고 UAE에서는 원자력발전(원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미랄 프로젝트와 자푸라 유틸리티, 380kV 송전선로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란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에서 신항만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고 그외 GS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우디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삼성E&A는 카타르에서 라스라판 석유화학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란 테헤란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어 향후 재건사업 추진시 수혜가 예상된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당분간 중동 시장은 신규 프로젝트 발주보다는 기존 시설 복구, 리모델링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에서 인프라 공사 수행경험이 많은 국내 건설사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불확실성이 큰 재건시장 특성상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ㄷ는 주장도 제기된다.

    C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 막 휴전 논의에 들어간 상황인데다 추후 재건시장이 열린다고 해도 단기간내 수익으로 실현되긴 어렵다"며 "발주처가 공사비를 후려치거나, 이미 밀려 있는 공사비 지급이 더욱 지연되는 등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