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대 유증 흥행 … 청약률 104% 상회'볼파라' 인수 후 차입 부담 정리 기반 마련美 유방암 진단-AI 바이오마커 연구 성과 확대해외 중심 외형 성장 지속 … 수익성 개선 속도 주목
  • ▲ 루닛. ⓒ루닛
    ▲ 루닛. ⓒ루닛
    루닛이 유상증자 흥행을 계기로 재무 부담을 덜고 성장 전략에 다시 속도를 낸다. '볼파라(현 루닛인터내셔널)' 인수 이후 커졌던 차입 부담을 정리할 기반이 마련되면서 시장 시선도 자금 리스크에서 사업 확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유방암 진단시장 확대와 항암제 바이오마커 연구 성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형 성장을 수익성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주요 체크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루닛은 2115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방식 유증의 구주주 청약에서 104%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발행예정주식 790만주를 웃도는 827만주의 청약이 접수됐다. 초과 청약까지 발생하면서 실권주 일반공모는 진행하지 않게 됐다.

    이번 유증은 루닛의 재무구조 재정비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조달자금 가운데 1378억원은 채무 상환에, 737억원은 운영자금에 배정됐다. 채무상환자금은 1·2회 전환사채(CB) 조기 상환 대응과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루닛은 지난해 볼파라 인수 이후 외형 성장 기반을 넓혔지만, 재무 부담도 함께 커졌다.

    재무제표 분석 결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31억원으로 전년 541억원에 비해 53.4% 증가했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523억원에서 141억원으로 73.0% 급감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552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유동비율 역시 26.2%까지 낮아지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진 상태였다.

    차입 부담도 확대됐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등을 위해 2024년 171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올해 유증 납입 전 운영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300억원가량의 단기차입금 조달 계획도 세웠다. 회사는 유증 이후 유동성 위험을 해소하고 유동비율,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안정성 지표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반응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루닛 주가는 1월30일 유증 발표 당일 18.0% 급락했지만, 이후 충격을 소화하며 4월27일 3만8200원까지 회복했다. 이 기간 저점 3만1800원(4월6일)과 비교하면 20.1% 반등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보유율도 9.53%에서 11.7%까지 올라섰다.

    기관투자자 참여도 긍정적이다. 국내 최상위 벤처캐피탈(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루닛 경영진의 신주인수권 등을 인수하고 추가 청약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총 3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이를 재무 리스크 해소와 성장 전략에 대한 신뢰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투자 판단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 확장 흐름에 기반한다.

    루닛은 최근 미국 켄터키주 중부 최대 의료그룹인 렉싱턴 클리닉에 유방암 AI 진단 통합솔루션을 공급했다. 루닛 인사이트와 루닛 인터내셔널 제품을 결합한 통합솔루션은 출시 1년 만에 미주 330곳 이상 의료기관에 도입됐고, 연간 100만건 규모 유방촬영검진을 지원하게 됐다.

    이미 매출 구조도 해외 중심으로 재편됐다. 2025년 기준 수출 비중은 92%를 웃돌고, 루닛 인터내셔널이 연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항암제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와 연구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루닛은 미국암연구학회 'AACR 2026'에서 비소세포폐암 c-MET 발현과 종양미세환경 연관성 등 6편의 연구초록을 발표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 'ASCO 2026'에서도 루닛 스코프 활용 연구 5편이 채택됐고, HER2 양성 담도암 관련 연구는 신속 구연 발표로도 선정됐다.

    관건은 수익성 개선 속도다. 루닛은 지난해 매출 확대에도 영업손실 831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또다시 실패했다. 다만 영업손실률은 △2021년 -688% △2022년 -365% △2023년 -168% △2024년 -125% △2025년 –99.9% 순으로 개선되고 있고, 회사도 올해 말 EBITDA 기준 흑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올해 말 EBITDA 기준 흑자를 반드시 달성하고, 글로벌 의료 AI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유증을 통해 재무 부담을 덜어낸 만큼 매출 확대 효과가 비용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주가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미국 유방암 진단시장과 바이오마커사업은 모두 구독형 매출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이라며 "초기 비용이 선반영된 만큼 향후 레버리지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유증을 통해 단기 유동성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투자포인트는 매출 성장 자체보다 이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속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흑자전환 시점에 대한 가시성이 투자심리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