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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생성형 이미지.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비가 자재비·인건비에 이어 새로운 원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인력과 스마트 장비 투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안전 관련 비용이 사실상 현장 운영의 필수 고정비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들은 로봇·AI 기반 안전관리 체계와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있고, 중견·중소 건설사들도 높아진 안전 기준에 맞춰 인력과 장비 투입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공사비에 안전 관련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현장에서는 추가 비용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부터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요율은 평균 19% 인상됐다. 연간 단가계약 공사도 총계약금액이 2000만원 이상이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의무적으로 계상해야 한다. 스마트 안전장비 구입·임대비용 인정범위도 지난해 70%에서 올해 100%로 확대됐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총액 중 스마트 안전장비 사용한도는 종전 10%에서 20%로 늘었다.공사 규모별 부담도 작지 않다. 5억원 미만 건축공사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은 3.11%, 토목공사는 3.15%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건축공사는 2.28%, 토목공사는 2.53%가 적용된다. 50억원 이상 공사도 건축공사 2.37%, 토목공사 2.60% 수준이다.
스마트 안전장비 관련 비용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현장 관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안전관리 체계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인력·장비·교육비 부담이 함께 늘고, 안전 관련 비용도 사실상 고정비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다.안전비용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점검이나 사고 이후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착공 단계부터 위험성 평가와 근로자 교육, 스마트 장비 배치, 외부 점검 대응까지 미리 반영해야 하는 비용이 됐다.대형 건설사들은 스마트 안전장비와 전담 조직 확대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사는 4족 보행 로봇에 3차원 공간 인식 센서와 360도 카메라, IoT 센서 등을 설치해 건설현장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위험구간 유해가스 감지와 열화상 감지 등 현장 안전관리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 다른 대형사 역시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해 까다로운 현장 점검 작업을 수행했다. 지반이 고르지 않고 차량 진입이 어려운 건설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해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구간을 살피는 방식이다.
다만 규모가 큰 건설사라고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장비 도입과 안전 전담 조직 강화는 사고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지만, 현장별로 인력과 장비 투입 기준이 높아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투자는 줄일 수 없는 영역이지만 현장마다 전담 인력과 장비 투입이 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수주 단계에서부터 안전관리 비용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검토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중견·중소 건설사의 체감 부담은 더 크다. 대형사처럼 로봇이나 AI 장비를 대규모로 도입하기 어려운 데다 안전관리자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중견 건설기업 303곳 중 70% 이상이 최근 1년간 안전관리자 수급 여건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계약기간 안에 안전관리자가 이직하거나 퇴직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9.7%에 달했다.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 한 명을 추가로 배치하는 것 자체가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작은 현장이라고 안전 기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보니 인력 한 명을 더 붙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공사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결국 현장 수익성을 낮춰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관리비 부담은 현장 규모가 작을수록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대형 현장은 공사비 규모가 커 안전 인력과 장비 비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형 현장은 공사 기간이 짧고 마진 폭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소규모 현장의 경우 공사비 증액 협의가 쉽지 않아 추가 안전비용이 현장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전관리 기준이 현장 운영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장기적으로 공사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수주 단계에서부터 안전관리 비용 반영 여부를 주요 검토 항목으로 보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비가 공사비에 반영돼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추가 인력이나 장비 투입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안전 문제로 공정이 늘어지면 결국 인건비와 장비비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수주 단계에서부터 관련 비용을 더 보수적으로 따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