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수익성 HBM 앞서, 가격 급등기 마진 역전분기 협상 DDR, 연 단위 HBM보다 실적 반영 빨라HBM4 완판·내년 수요 접수, 삼성은 균형 공급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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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메모리 시장의 수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HBM(고대역폭메모리)이 메모리 업체의 대표 고수익 제품으로 꼽혀왔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범용 D램의 수익성이 HBM보다 높아진 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다.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HBM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서버용 DDR 등 컨벤셔널 D램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핵심은 기술 난이도가 아니라 가격 반영 속도다. HBM은 고객사 검증과 '백엔드 캐파(후공정 생산능력)'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려 연 단위 선행 가격 협상이 일반적이다. 반면 서버용 DDR을 포함한 범용 D램은 분기 단위 협상이 많다. 최근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상승분을 더 빨리 반영할 수 있는 범용 D램이 단기 수익성에서 HBM을 앞지른 구조다.◇가격 급등기엔 DDR이 먼저 돈 번다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2026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컨벤셔널(범용) D램이 HBM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며 “HBM과 컨벤셔널 D램 간 수익성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HBM 중심으로 설명되던 AI 메모리 호황의 이익 구조가 실제로는 제품별 계약 방식과 가격 반영 주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실적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의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90% 초반, 낸드는 80% 후반 상승했다. AI 서버 수요 확대와 서버 중심 제품 믹스 개선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단순히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특히 서버용 D램은 가격 급등 국면에서 HBM보다 민감하게 이익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HBM은 고성능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전략 제품이지만 장기 계약 구조상 단기 가격 상승분을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 반대로 서버용 DDR은 분기별 협상 구조를 통해 가격 변화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지금의 수익성 역전은 HBM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라기보다 가격 반영 시차가 만든 결과에 가깝다.◇삼성의 고민, HBM 쏠림도 DDR 쏠림도 부담다만 삼성전자는 단기 수익성만 보고 범용 D램에 생산을 집중하는 전략에는 선을 그었다. AI 인프라는 HBM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AI 서버에는 HBM과 DDR,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함께 들어간다. 특정 제품 공급이 부족해지면 전체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삼성전자는 단기 수익성만 고려해 HBM보다 컨벤셔널 D램 위주로 제품 믹스를 편중하면 AI 인프라 구축 자체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HBM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고, DDR은 서버 전체의 메모리 용량과 운영 효율을 받친다. SSD는 AI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 저장과 접근을 담당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HBM, DDR, SSD를 함께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더 남는 제품’에만 집중하는 방식으 채택하지는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서버용 DDR의 수익성이 높아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HBM 공급력과 고객 관계가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전략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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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완판, 2027년 공급 부족 더 커진다수익성 역전에도 HBM의 전략적 가치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 준비 캐파가 이미 모두 솔드아웃됐다”고 밝혔다. 고객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고, 2027년 수요까지 접수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현재 접수된 수요만 놓고 봐도 2027년 공급 격차는 2026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이는 메모리 업황이 단순한 가격 반등을 넘어 구조적 공급 부족 국면에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고객사들이 중장기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일부 장기 공급 계약도 이미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수록 HBM뿐 아니라 서버용 DDR, SSD까지 동시에 부족해지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업계 관계자는 “당장 더 높은 마진은 범용 D램에서 나올 수 있지만, HBM 주도권을 놓치면 AI 반도체 공급망 내 위상 회복도 제한될 수 있다”며 “향후 시장은 HBM 가격이 장기 계약 구조 속에서 언제 본격적으로 상승분을 반영할지, 삼성전자가 HBM4 공급 확대와 HBM4E 사업 준비를 계획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서버용 DDR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PC·TV 등 세트 사업의 원가 부담으로 번지는 부작용도 변수”라며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삼성전자에 사상 최대 실적 기회를 연 동시에 수익성과 공급 균형을 함께 맞춰야 하는 더 어려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