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28시간30분 사후조정에도 합의 불발노조 "파업 종료 전 추가 대화 고려 안해" 강경정부 "파업 안돼" 압박 속 긴급조정권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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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1일 11시간 30분, 12일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도 노조가 결렬을 선언하면서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고된 18일간 총파업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노조는 이후 법원 심문을 마친 뒤 “파업 종료 시까지 회사와 추가 대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막판 대화를 압박하고 있지만, 노조가 총파업 수순을 고수하면서 긴급조정권 논의도 변수로 떠올랐다.핵심 쟁점은 성과급을 얼마나 더 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 것인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현행 OPI 체계를 유지하되 반도체(DS) 부문이 일정 실적 조건을 충족할 경우 특별경영성과급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상 규모는 키우더라도 영업이익 비율을 매년 고정하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중노위도 공식 조정안을 내지 못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13일 “양측을 조율할 수 있을 만한 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특히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는 문제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조건부 보상 거부 … 노조는 ‘고정 제도화’ 고수노조가 공개한 사측 조정안에는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기준 OPI 제도 유지, OPI 상한 50% 적용, 올해 DS 부문이 일정 실적 조건을 충족할 경우 OPI 초과분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설명에 따르면 특별성과급 재원은 영업이익 12% 수준이다.그러나 노조는 이를 조건부·일회성 보상에 가깝다고 보고 거부했다. 노조가 원하는 것은 올해 성과급 규모 확대가 아니라 성과급 산식의 투명화와 영업이익 연동 제도화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13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2차 심문을 마친 뒤 “사후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했지만 회사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파업 종료까지는 회사와 추가 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최 위원장은 사후조정 결렬 배경에 대해 “17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대기한 시간만 16시간이었다”며 “바뀐 안건이 없는 상황에서 조정 연장을 하는 것은 총파업 동력을 저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중재를 더 이어가더라도 노조가 요구한 상한 폐지, 투명화, 제도화가 관철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사측이 우려하는 대목은 성과급의 고정비화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벌어들인 현금은 다음 공정, 설비, 연구개발, 첨단 패키징 투자로 다시 투입돼야 한다. 영업이익 일정 비율이 성과급으로 먼저 고정되면 호황기에는 분배 압력이 커지고, 불황기에는 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 첨단 패키징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한다. AI 메모리 수요가 커졌다고 해서 모든 사업의 투자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성과 보상 확대와 업황별 유연성을 함께 강조하는 배경이다.◇“라인 점거 없다”지만 생산 리스크는 남아노조는 적법한 쟁의행위를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협박이나 폭행은 전혀 없을 것이고, 사무실 점거 외 라인 시설 점거 역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참여 규모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4만2800여명으로 집계됐고, 노조는 최소 5만명 참여를 예상했다.노조는 웨이퍼 변질 우려에 대해서도 “방지 방법은 많다”며 생산 강행 필요성을 반박했다. 제조·생산·기술 분야는 기존에도 협정근로자 범위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하지만 반도체 라인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 일부 공정 차질도 품질, 납기, 고객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클린룸, 웨이퍼, 화학물질, 장비 운용이 맞물린 구조에서는 파업이 생산량 감소를 넘어 공급망 안정성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이 한 기업의 노사분규를 넘어 국가 산업 리스크로 다뤄지는 이유다.성과급이 쟁의행위 목적이 될 수 있느냐는 법적 논란도 남아 있다. 노조는 “성과급 규모가 거의 임금 수준으로 높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영업이익 고정 배분 요구가 통상적인 근로조건인지, 경영판단 영역인지에 대한 논쟁은 총파업 국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정부, 대화 압박 속 긴급조정권 고심정부도 파업만은 피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하면 단순 노사분규를 넘어 반도체 공급망, 수출, 주식시장 심리까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긴급조정권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치다. 발동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다만 노동3권 제한 논란이 큰 만큼 실제 발동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물밑이든 물 위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SNS를 통해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노사 간 대화 지원을 관계부처에 당부했다.총리와 부총리, 노동부 장관이 동시에 대화를 강조한 것은 이번 사안을 국가 산업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사측 제안이 노조 요구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조가 조건부 특별성과급까지 거부하고 “파업 종료 전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산업적 부담은 더 커졌다.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 판단, 정부의 물밑 조율, 노사 자율교섭 재개 여부가 이번 주 최대 변수”라며 “긴급조정권이라는 최후 카드가 등장하기 전에 노사가 반도체 공급망 피해를 최소화할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