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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로 공사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올해 말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에 대한 종합건설업체 수주 제한 조치가 일몰을 앞두면서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전문업계는 영세 업체 보호를 위해 보호구간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반면 종합업계는 예정된 상호시장 개방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회원사 탄원서 40만8391부를 제출했다. 이들은 전문공사 보호구간을 현행 4억3000만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일몰제를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건설업계는 상호시장 개방 이후 종합건설업체의 전문공사 시장 진입이 확대되면서 영세·중소 전문업체의 수주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10억원 미만 공사가 전문건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보호구간이 사라질 경우 지역 기반 전문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건설협회는 "대형 종합건설업체들이 전문공사 시장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입하면서 수많은 전문업체가 일감을 잃고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문건설보호구간이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만큼 상호시장제도를 폐지하고 보호구간 확대 및 영구화를 포함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건설협회는 전문업계 요구를 '업역 이기주의'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협회는 지난 12일 국토부에 종합건설업계 생존권 수호를 위한 탄원서 69만8357부를 제출하고, 2027년부터 상호시장 개방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종합건설업계는 전문건설업체의 종합공사 시장 진출은 허용하면서, 종합건설업체의 소규모 전문공사 진입만 장기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종합건설업체의 98%가 중소기업이고, 지난해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도 2600여개에 달하는 만큼 보호구간 연장·확대가 영세 종합업체의 경영난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의 핵심은 이른바 '전문건설 보호구간'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다만 영세 전문건설업체 보호를 이유로 일정 금액 미만 전문공사에는 종합건설업체 진입을 제한하는 보호구간을 함께 적용했다.
보호구간은 2021년 2억원 미만에서 2022년 3억5000만원 미만, 2023년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로 확대됐다. 현재는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에 대해 종합건설업체의 수주가 제한돼 있지만 이 조치는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별도 입법이 없으면 내년부터 종합건설업체의 소규모 전문공사 진입 제한이 풀리게 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관련 입법이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 갈등을 다시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산연은 2026년 4월 월간건설법제동향에서 전문건설업계 요구에 맞춘 법률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오랜 갈등 영역인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 갈등을 다시 촉발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상호시장 진출 현황을 비교하려면 전문건설업 대업종화로 전문공사 시장 규모가 달라진 점, 입찰 참가 기회가 실제로 어떻게 보장됐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며 "단순 낙찰 결과만 놓고 한쪽 업계의 피해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현황 분석과 합리적 타협 없이 입법으로만 풀 경우 업역 갈등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1088건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 폐업 신고가 1000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종합이든 전문이든 공사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 작은 공사 하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보호구간 일몰 여부는 국회 논의에 따라 정리되겠지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한동안 업계 간 긴장감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