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대 시중은행 ETF 판매액 지난해 연간 판매규모 추월신탁보수 적용 … 증권사 대비 높은 수수료율 주의해야실시간성과 중도해지, 상품구조 특성 고려한 투자 요망
  • ▲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기다리는 모습 ⓒ뉴데일리
    ▲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기다리는 모습 ⓒ뉴데일리
    코스피 활황에 힘입어 은행 앱으로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ETF라도 은행에선 ‘신탁’ 구조를 이유로 증권사보다 수수료를 수십 배 더 내는 사례가 적지 않아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령층·초보 투자자 비중이 높아 불완전판매 우려까지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ETF 판매액은 11일 기준 37조504억원으로 집계됐다.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난해 연간 판매규모(20조4371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은행권에서 ETF 판매량이 상승한 배경은 퇴직연금 계좌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연간 수익률이 1~2%대에 불과한 DB(확정급여형)보다는 DC(확정기여형)와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주식·채권형 ETF를 활용해 자산 운용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 규제를 적용받아 주식형 ETF 비율은 최대 70%로 제한되며, 대부분 안정적인 지수형이나 배당형 ETF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PB 창구 중심이었던 ETF 신탁 판매량은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권도 이에 발맞춰 상품군을 확대하고 실시간 시세 조회 기능을 도입하는 한편, 전문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고객들이 증권사가 아닌 은행에서 ETF를 투자하는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주식거래 창구가 낯선 초보 투자자들에게 대면 채널을 비롯해 익숙한 UI(사용자 환경)의 은행앱 내 거래를 제공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처럼 매월 적립식으로 자동이체 분할매수를 설정할 수 있다는 부분도 증권사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은행권 ETF 거래 시 증권사 대비 높은 수수료율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들은 0.01%대 수수료를 적용하거나 무료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은행은 평균 0.5%~1.0% 내외 수수료를 매긴다는 점에서다. 은행이 판매하는 ETF는 증권사와 100% 동일한 상품이지만, 매매 수수료만 발생하는 증권사와 다르게 별도 신탁 보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를 실시간 가격을 보고 직접 매수한다. 반면 은행은 특정금전신탁 계정을 통해 고객 대신 ETF를 구매하는 ‘신탁계약’ 방식으로 매수가 이뤄진다. 고객이 은행 창구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ETF 매수 주문을 하면, 은행이 시장에서 대신 매수하고 신탁 계좌에 보관한다.
  • ▲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증권사 ETF는 거래 시 발생하는 매매 수수료만 지불하기 때문에 0.01% 수준의 낮은 수수료가 적용된다. 은행 ETF는 매매 수수료 외에 은행이 대리 구매, 관리해주는 대가로 연 0.2%~0.7% 수준 신탁보수가 매일 잔액에서 차감된다. 매매 수수료에 신탁 보수를 더해 1.0% 내외 수수료가 책정되는 식이다.

    공통 적용되는 자산운용사 보수(TER)를 제외하고 원금 1000만원을 3년간 투자할 때를 가정하면 증권사와 은행 간 단순 매매 기준으로 봤을 때 수수료 부담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증권사는 매수 시와 매도 시 0.015%를 적용해 누적 수수료가 3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 ETF 신탁은 매수 시 1만원과 매도 시 1만원, 보유 중 신탁 보수로 연간 0.5%씩 3년 누적 15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총 수수료 17만원이 발생한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고 원금이 커질수록 은행에 내야하는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지게 되는 구조다.

    은행에서 ETF를 운용할 때는 수수료 외에도 체결 실시간성과 중도해지, 상품 구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은행 ETF 신탁은 대개 3년에서 10년단위 계약을 맺게 되며, 만기 전 매도(중도해지)할 경우 상품에 따라 만기 전 환매 시 최대 1.2% 수준 중도해지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은행 시스템을 거쳐 주문을 모아서 처리하므로 실제 시장에서 체결되는 시점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신탁상품으로 승인한 일부 우량·대형 ETF만 취급해 상품 라인업이 한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ETF 판매 확대가 또 다른 불완전판매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TF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 지수 추종 상품이 많지만, 레버리지·인버스·테마형 상품은 변동성이 높고 구조가 복잡해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판매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 채널 특성상 고령층과 초보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적합성·설명의무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ETF 신탁은 적립식 투자와 상담 편의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 투자일수록 수수료 부담 차이가 커질 수 있다”며 “투자자는 상품 구조와 총보수를 충분히 비교한 뒤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