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조정 끝내 종료, 노조 21일 총파업 예고사측 "성과 없는 곳 보상 확대는 원칙 훼손"적자 사업부 성과급 배분 놓고 막판 결렬
  •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놓고 사흘간 협상이 이어졌지만 사측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조정 절차는 종료됐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예정대로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위원장은 20일 공지를 통해 “노동조합은 19일 오후 10시경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조정 불성립 선언 직전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거부 의사를 철회하고 시간을 요청해 3일차까지 연장됐지만, 끝내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사후조정 종료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노조가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요구했다”며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성과급 배분 원칙서 결렬 … “성과주의냐 공동 보상이냐”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은 성과급 배분 원칙이었다. 노조는 그동안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해왔다. 막판 협상에서는 성과급 재원 규모와 일부 지급 방식에서는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DS부문 내부의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 간 배분 기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메모리사업부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을 타고 삼성전자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상대적으로 실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노조는 같은 반도체 부문 구성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이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사측은 실적 기여도에 따른 차등 보상 원칙을 양보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삼성전자가 입장문에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금협상이 아니라 성과주의 보상 체계와 경영 원칙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적자 사업부까지 고액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계 전반에도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노조는 사측이 막판 의사결정을 미루면서 조정 절차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한다. 중노위 조정안에 노조가 동의했는데도 회사가 명확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상 결렬 책임을 두고 노사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21일 총파업은 단순한 쟁의행위를 넘어 여론전과 책임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파업 예고 … 생산·납기·투자심리 동시 압박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체계는 곧바로 시험대에 오른다. 반도체 라인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움직인다. 웨이퍼 투입, 장비 운영, 품질 점검, 물류, 안전 관리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인 만큼 일부 공정에서 인력 공백이 생겨도 전후 공정 전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기간은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단순 근무 공백을 넘어 생산 조정, 품질 안정화, 재가동 점검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 직접 생산 손실뿐 아니라 고객사 납기 신뢰, 협력사 물량 대응, 외국인 투자심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점도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HBM(고대역폭메모리), 고용량 D램, eSSD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을 늘려야 하는 국면에 있다. 글로벌 고객사들은 가격보다 안정적 물량 확보와 납기 신뢰를 중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총파업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의 공급 신뢰도와 고객 대응력에 부담이 불가피하다.

    정부 개입 수위도 변수다. 삼성전자 파업은 단일 기업 노사 문제를 넘어 한국 반도체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다시 부상할 수 있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제도다. 발동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즉시 중단되고 30일간 재개가 금지된다. 다만 노동3권 제한 논란이 큰 만큼 정부로서도 최종 수단에 가깝다.

    파업 이후에도 대화 여지는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추가 조정 또는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