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부정 행위 57건 적발 … 불법 수의계약 등 꼼수 횡행소송비 입주민 동의 없이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지불 사례도수도요금 2배 '뻥튀기' 적발 … 全 공동주택 회계감사 의무화비리 주택관리사 영구 퇴출 … 2년 이하 징역·2000만원 벌금
  •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정부가 공동주택(아파트)에서 만연한 '묻지마 관리비 인상'과 각종 비리,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관리주체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한다. 비리 주택관리사에 대한 제재와 관리비 관련 비리 및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한다. 그간 관리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사·용역 수의계약을 허용했던 입찰 제도도 전면 개편한다.

    21일 국토교통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9일까지 전국 16개 시·도 19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관리비 부과·집행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조사 결과 관리비 내역 또는 공사·용역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거나, 항목에 맞지 않게 예산을 집행하거나, 임의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법령상 의무를 어겨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 등 처벌을 받은 사례가 19건 적발됐다. 현장 지도·시정이 이뤄진 경우를 합하면 적발 건수는 57에 이른다.

    이같은 부정 행위는 관리비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지적이다. 실제 공동주택 현장에서는 관리비를 부풀리기 위한 온갖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예컨대 마포구 C아파트 입대의는 한 경비용역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유찰이 반복되도록 유도하고 결국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50억원 넘는 돈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또한 같은 지역 B아파트 입대의는 공용 급수·급탕 배관교체 공사 완료 후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피소돼 결국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후 수천만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을 입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 행정 조치를 받았다.

    서울의 한 상가 관리 주체는 관리비 항목을 부풀려 임대료 보전 수단으로 활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예컨대 수도요금으로 100만원이 부과됐지만, 실제로는 입주자 10명에게 각 20만원씩 받은 뒤 100만원은 납부하고 나머지 100만원은 관리비 명목으로 가로채는 방식이다.

    온갖 비리와 불법 행위가 판을 치면서 공동주택 관리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통계를 보면 관리비 정보가 공개된 1만76개 단지의 지난 3월 기준 관리비는 가구당 평균 22만4000원이었다.

    신축이나 준신축 중 소위 '국평(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가구 경우 월 관리비만 40만~50만원에 이르고 있다.

    단지별 사례를 보면 강남구 개포동 A단지 84㎡는 월 관리비로 평균 43만원, 서초구 서초동 B단지 같은 평형은 47만원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후된 나홀로 아파트도 관리비 부담이 상당하다. 160여가구 규모인 서대문구 C단지는 커뮤니티 시설이 전무함에도 84㎡ 관리비가 42만원에 달했다. 

    최근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에어컨 등 냉방기기와 수도 사용량이 증가한 탓에 관리비는 더욱 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부랴부랴 관리비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도 비리, 부정 행위로 인한 관리비 상승세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관리비가 관행적으로 납부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선 정부는 입대의와 관리주체가 입주자 동의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지 않도록 한 예외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입주자 동의를 받으면 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공동주택이 감사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주택관리사가 공동주택 관리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러 주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처벌 수위가 강화된다.

    정부는 가장 높은 수위의 행정처분인 자격취소 제도를 도입해 해당 주택관리사를 시장에서 영구 퇴출할 계획이다.

    관리비 관련 위반 사항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된다. 관리비 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장부 열람이나 교부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주민 대상 관리비 내역 제공 의무를 위반한 관리주체는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아파트 공사 및 용역 계약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담합을 막기 위해 입찰제도도 엄격해진다. 천재지변이나 안전사고 등 긴급한 경우, 특정 기술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다. 보험이나 공산품은 수의계약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관행적으로 연장되던 청소와 경비 용역도 사업수행실적 등을 고려해 제한적인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