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쟁의행위 법적 제약 … 파업 사실상 불가 올해 임단협서 영업이익 연동 보상제 적극 요구할 듯한화시스템, 임단협 조정단계… "보상체계 불투명"
  • ▲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캠퍼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서성진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캠퍼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서성진 기자
    삼성전자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한 것과 달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방산업계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분위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KAI(한국항공우주), LIG D&A(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주요 방산기업은 K-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파업을 불사하며 임금·단체협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주요방위산업체 생산인력의 쟁의행위가 법적으로 제한되는 데다, 무기체계 납기 지연이 국가안보와 수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성과급 상한 제한 폐지 등 보상 체계 개편 요구가 고개를 들면서 물밑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올해 성과급 6억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방산기업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노사 간 신경전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K-방산 수출 확대와 대규모 수주 물량이 실적으로 반영되면서 임직원들의 보상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업계의 최근 임금 협상 결과는 방산업계에 적지 않은 자극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 전일 특별경영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0.5%를 상한없이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반도체(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 임직원은 올해 6억원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연계해 임직원 보상 수준을 끌어올렸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회사 이익이 급증한 만큼 직원 보상도 이에 맞춰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방산업계도 실적만 놓고 보면 성과 배분 요구가 커질 여지가 충분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3조3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매출도 26조6078억원으로 137% 늘며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K9 자주포와 천무 등을 중심으로 한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7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 1분기 방산 빅4의(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현대로템·LIG D&A)의 영업이익은 1조원으로, 수주잔고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 국가안보·수출 부담… 法으로 파업 금지

    방산업계가 파업을 지렛대로 임단협에 나서기 어려운 데는 법적 제약이 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2항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에서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현재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 특성도 노사 갈등을 누르는 요인이다. 방산은 고객이 대부분 정부나 군인 만큼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FA-50, KF-21 등 주요 무기체계의 납기 지연은 단순 매출 차질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간 신뢰와 후속 수주, 외교·안보 관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빠른 납기는 K-방산 수출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혀온 만큼 생산 일정이 흔들릴 경우 기존 계약 이행은 물론 추가 수주 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 김익수(오른쪽) 현대로템 경영지원본부장과 남봉희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로템 지회장이 지난 19일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열린 동반성장 노사미래전략TFT 발족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
    ▲ 김익수(오른쪽) 현대로템 경영지원본부장과 남봉희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로템 지회장이 지난 19일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열린 동반성장 노사미래전략TFT 발족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

    ◆ "방산도 영업이익 성과급에 연동해야" 

    올해는 임금협상의 균열 조짐이 선명하다. 임금 인상뿐 아니라 성과급 상한 제한 폐지를 핵심 요구안으로 검토하는 사업장이 늘면서다. 

    먼저 한화 방산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의 성과급은 재무평가(BPI)와 전략평가(VEI)로 구성되는데 전체 성과급은 두 평가 방식에 따라 연봉의 최대 40%가 지급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2026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11%대 인상, 타결금 2000만원, 전사 공통 경영 성과급인 BPI 20% 상한 폐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방위산업 특성상 전략평가(VEI)의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기업 실적과 연동되는 BPI 상한을 없애야 성과 배분 효과가 커진다는 논리다.

    한화시스템 노조는 지난해 총 성과급이 13.1%로, 전년(21.6%)보다 줄어든 점을 들어 대대적인 보상 체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한화시스템 매출은 3조6641억원에 영업이익 119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45.3% 감소했다. 방산부문 매출은 증가했으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비용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한화시스템 노조 관계자는 "LIG D&A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의 재원으로 활용하는데 현재 회사 구조는 BPI의 산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면서 "임금인상률도 최소 4.5%는 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2025년 임단협 조정 단계에 있다. 

    최근 임단협을 마무리한 KAI 노사는 임금 5% 인상과 주거안전자금 지원 확대에 합의했다. KAI의 성과급은 초과이익분배금(PS)과 생산장려금(PI)으로 나뉘는데 PS는 그동안 연간 영업이익률의 7~9% 수준에서 합의돼 왔다. KAI 노조는 2년 전 PS와 PI를 통합해 총 16%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한 바 있다.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다음 임단협에서 PS와 PI를 합산한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연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현대로템은 사전 협의 채널을 가동에 나섰다. 현대로템은 이달 19일 '동반성장 노사미래전략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했다. 임금 체계와 복리후생 등 주요 단체교섭 의제를 미리 논의해 노사 간 이견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현대로템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6개월 간 난항 끝에 임단협을 타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