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처벌 판례 뒤집어 … '의료행위' 떼면 사각지대초고농도 성분불명 약품 만연 … '목공풀 위장 수입' 의혹도"의료행위 내 예외적 허용" 전제로 설계된 '문신사법' 취지 역행
  • ▲ ⓒAI 생성이미지
    ▲ ⓒAI 생성이미지
    비의료인의 미용 및 서화문신 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지난 21일 나왔다. 1992년 이후 34년간 유지되던 처벌 근거가 전원일치 의견으로 깨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내년 10월 시행될 '문신사법'의 취지를 역행했다는 지적이다. 그간 음지에서 횡행하던 성분 불명의 초고농도 불법 마취크림 유통과 무허가 레이저 시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 '의료행위 속 예외적 통제' 전제한 문신사법 … 근간이 무너졌다 

    당초 국회를 통과해 2027년 10월 시행을 앞둔 '문신사법'은 문신을 엄연한 '의료행위' 영역으로 보되 보건위생적 관리 자격을 갖춘 비의료인에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국가 면허 제도를 골자로 설계됐다. 감염과 부작용 등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행위인 만큼 엄격한 통제와 위생안전 체계를 갖추겠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상황 속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적인 미용·서화문신은 질병 예방이나 치료 목적이 아니며 반드시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문신을 의료행위 영역에서 배제한 것이다.

    대법 판결 직후 대한문신사중앙회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가 면허제의 전제 조건인 '의료성'과 '위생 관리의 필요성'을 사법부가 전면 부정하면서 법 시행 전까지 약 1년 6개월간 문신 시술이 아무런 규제도 처벌도 할 수 없는 '완전한 진공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문신사중앙회 김소윤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높은 수준의 관리체계를 형성하기 위해 의사협회와 공동 위생교육까지 받으며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해왔는데 이번 판결은 이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고 법 도입 흐름을 아예 역행하는 대혼란을 자초했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판결 직후 현장에서는 자격 미달인 유사 미용 단체들이 벌써 축제를 벌이며 법안을 단순 미용 행위로 편입시키거나 위생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심각한 직역 간 암투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 ▲ 고농도 불법 마취크림 유통 증거. ⓒ대한문신사중앙회
    ▲ 고농도 불법 마취크림 유통 증거. ⓒ대한문신사중앙회
    ◆ 목공풀 마취크림에 레이저 밀수까지 … 당국은 '수수방관'

    더 큰 문제는 대법원 판결이 음지에 도사린 보건위생 범죄 행위와 관련 면죄부로 작용해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문신사중앙회 임원진이 직접 구매해 확보한 불법 의약품 유통 및 유사 의료행위 실태와 실제 증거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이준수 부회장이 폭로한 유통 실태는 복마전 그 자체였다. 불법 재료 유통업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거래명세서에 마취크림 대신 '펌 왁스'나 '겔'로 허위 표기한 후 거래를 일삼았다.  

    그는 "농도와 성분은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정상적인 리도카인 마취크림은 9% 농도 수준이지만 불법 유통되는 제품은 주사 마취 수준인 25% 초고농도에 달한다"고 했다.  

    '목공용 풀'로 위장 수입한 뒤 산속에서 고농도 마취 성분을 섞어 치약 짜듯 수작업으로 포장해 유통하는 실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시술대 위에는 약국 제품을 올려놓고 실제로는 눈을 감은 손님 몰래 이 불법 초고농도 크림을 바르는 행위가 만연한 상태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10만~20만 원에 밀수입된 정체불명의 레이저 기기가 원데이 교육을 거쳐 250만~300만 원에 불법 재판매되고 있으며 화장품으로 허가받은 약품을 이용해 무허가로 문신을 제거하는 박피 시술이 SNS를 통해 버젓이 교육·양성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위생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신사 단체가 직접 국민신문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사법 당국은 현재까지 어떠한 가시적인 단속이나 행정 처분도 내리지 않고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임보란 문신사중앙회장은 "정부는 민원 해결에만 급급한 행정을 멈추고 현장의 진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뜨내기 단체가 아닌 대표성을 가진 단체와 함께 문신사법 하위 법령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문신사법의 도입 취지와 정면으로 역행하는 판결을 내린 만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규제의 진공 공백기 동안 국민 보건 안전이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불법 의약품 유통에 대한 즉각적인 전수조사와 엄격한 가이드라인 확립이 시급하다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