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510원 뉴노멀·美 30년물 금리 5.2% 돌파외국인 코스피 12거래일 연속 순매도, 장중 순매도 규모 1조원 넘어가계신용 1993조원 사상 최대 …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 재돌파美 10년물 금리 4.6% 급등 … 금통위 통화정책 셈법 복잡
  • ▲ 왼쪽부터 신현송 한은 총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
    ▲ 왼쪽부터 신현송 한은 총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 발언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환율은 장중 1518원까지 치솟았고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도 5.2%를 돌파했다. 시장은 위기 신호를 보내는데 대통령실은 '3고(高)'를 성장의 부산물로 해석하면서 현실 인식 괴리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이끄는 한은 내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론이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은 경기 낙관론을, 한은은 긴축 가능성을 동시에 내비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 방향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실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국면"이라며 현재의 고금리·고환율 흐름을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격 조정의 일부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외국인 순매도 역시 국내 증시 비중 확대에 따른 차익실현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반도체·AI 중심의 성장 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기대감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515.0원에 출발해 장중 1508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직전 거래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18원선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6% 넘게 급락했음에도 원화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도 코스피 시장에서 1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셀 코리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발 긴축 충격도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4.6%선까지 급등했고 30년물 금리는 장중 5.2%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충격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빠르게 후퇴하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접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했고 골드만삭스도 기존 전망보다 인하 시기를 대폭 늦췄다. 최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재확인됐다.

    한국은행 내부 기류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사실상 한은 내부에서 매파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듯 신현송 총재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경우 환율 불안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긴축 장기화 가능성과 외국인 자금 이탈 흐름까지 겹치면서 한은의 정책 선택 폭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긴축 신호가 이미 한계 수준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 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50%로 7차례 연속 동결 상태지만, 5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7%를 넘어섰고 일부 은행 혼합형 주담대 하단도 5%대를 돌파했다. 시장금리는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는 흐름이다.

    금융권에서는 대통령실과 한은의 엇갈린 메시지 자체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쪽은 성장 낙관론을, 다른 한쪽은 긴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책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연준 압박 발언은 달러·국채금리 변동성을 키웠고, 터키 역시 정치권의 반복적 금리 개입 끝에 중앙은행 신뢰가 흔들린 바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금리·외국인 수급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일관성"이라며 "대통령실과 한은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계속 낼 경우 원화 신뢰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