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재분배·국민배당금 논란에 '침묵'삼성전자 성과급 협상 때도 정부 보조맞추기만성명서 발표 등 활동 줄어 소극행보로 일관매년 회비만 수백억,존재의 이유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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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대한상의
옛날 조선시대 사헌부와 사간원 관료들은 왕 앞에서도 해야 할 말은 했다. 왕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가와 백성을 위해 잘못된 정책에는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파직되거나 유배를 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하는 순간 자신들의 존재 가치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오늘날 경제단체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하지만 최근 경제단체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해야 할 말이 필요한 순간마다 침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업의 초과이익을 노동자와 나누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재계가 술렁였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성과보상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정작 재계를 대표한다는 경제단체들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제안이 나왔음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은 곳은 사실상 없었다.반면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사안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에 대해 우려하고 '긴급조정권' 발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자, 그제서야 경제6단체 명의의 공동 성명이 나왔다. 정부가 관심을 갖는 현안에는 신속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에는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조심하며 침묵하는 모습이다.재계 안팎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과거 가짜뉴스 논란에 휘말린 이후 경제단체들이 더욱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정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냈다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공개 발언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실제로 경제단체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경제단체들의 입장문을 포함한 올해 1분기 보도자료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보다 행사 개최나 교육 프로그램 안내 등 무난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기업들 사이에서는 매년 적지 않은 회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경제단체들이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내 3대 경제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의 경우 매달 회원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회비액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비 오는 날 펴지지 않는 우산은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의 서슬이 무서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왜 회비만 축내는 경제단체들을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인정해야 하는지 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