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노조 출범 … 성과급·임금체계 개선 요구 확산"바이오산업 아직 성장 단계" … R&D·생산설비 등 지속적 투자 필요글로벌 경쟁 심화 속 가격 경쟁력 변수 … "과도한 성과 배분 재고해야"
  • ▲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전경. ⓒ연합뉴스
    ▲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전경.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셀트리온까지 대형 바이오기업에서 노동조합이 잇따라 출범하면서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노조는 회사 성장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성과가 공정하게 배분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노사 갈등이 중장기 투자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창립 25년 만에 첫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셀트리온지회 '유니트리온'은 전날 설립 선언문을 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가입 인원 등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노조는 주요 요구사항으로 초과이익성과급(PS) 산정 기준 공개와 협상 중심의 임금 결정 체계 확립을 내세웠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 기준을 통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노동자와 협상을 통해 임금과 성과급 체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셀트리온지회는 "경영진이 약속한 경쟁사를 뛰어넘는 대우는 결국 타사의 눈치만 보며 마지못해 쥐여주는 따라가기식 초과이익성과급으로 전락했다"며 "투명한 산정 기준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금액을 수용해야 하는 보상 제도는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복지포인트 제도 개편, 장기근속자 처우 개선 등 복지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또 GMP 규정에 맞는 정규 인력 충원, 인원 돌려막기식 순환 근무 철폐, 부서 간 차별 없는 근무 자율성 보장, 일방적 업무 지시 거부 등 근무 환경 개선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 측은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회사는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존중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경우 법과 제도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회사 운영의 안전성과 지속적인 성장에 차질이 없도록 임직원과의 소통과 책임 있는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셀트리온까지 노조가 출범하면서 성과급과 임금체계 개선 요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업계는 제조업이나 반도체업계에 비해 노조 활동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형 바이오기업들의 실적이 성장하며 성과 공유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총 파업을 단행했다. 이후에도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으로 확보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 14.3% 인상, 임직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3년간 자사주 배정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채용과 승진, 징계 등 인사·제도 운영뿐 아니라 분할·합병·양도 등 경영권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노조와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경영 의사결정 영역까지 노조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산업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산업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생산설비 구축까지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 확대와 신규 모달리티 확보, 대규모 생산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셀트리온만해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3427억원, 2024년 4200억원, 2025년 4824억원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11~15%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빅파마들이 매년 조단위의 R&D 비용을 투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차세대 모달리티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성과급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경우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력하는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 역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CDMO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까지 가격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생산시설 확대와 품질 경쟁력 확보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되는 상황이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고객사 신뢰와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 신약 개발, 신규 모달리티 확보 등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시설 확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기업의 투자 여력과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바이오업계 내 노조의 성과급 요구 확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반도체 산업은 이미 글로벌 톱티어 수준에 올라 상당한 실적과 성과를 내고 있지만 바이오산업은 이제 막 글로벌 리더 또는 하이레벨 기업으로 도약하는 단계"라며 "노조의 쟁의나 처우 개선 요구는 정당한 권리지만 산업의 성장 단계와 기업의 투자 여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기업들이 더 큰 성과를 낸 뒤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직 충분히 익지 않은 과실을 먼저 나누자는 식의 배분 요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