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형 스마트 이송체계' 시연회 두고 전문가·구급대원 의혹 제기딥러닝 아닌 단순 규칙 기반 의심 … 통제된 환경서 "가슴 아파요" 시연구급대원 입력 부담만 가중 … 응급실 배후 진료 한계는 AI도 못 풀어이송체계 혁신사업 9월 전국확대 앞두고 응급의학의사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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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북대학교병원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2024년부터 5년간 220억원을 투입해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SAVE-R·세이브R)'을 두고 의료 현장과 AI 개발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지난 12일 경북대병원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구·경북형 스마트 이송체계 기술 시연회'에서 주관 사업단은 AI가 환자의 음성을 인식해 중증도를 자동 분류하고 최적의 병원을 추천하는 모습을 선보였다.당시 정부는 "이송·처치 시간이 20%(약 20분) 단축될 것"이라며 "대구지역부터 7월 시범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AI 기술 사정에 밝은 개발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완전히 통제되고 소음이 차단된 강당에서 연기자와 구급대원이 미리 짜인 대본(시나리오)대로 "가슴이 아파요", "고혈압 약을 먹어요" 등을 구현하는 것과 실제 응급환자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의사 출신의 한 AI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는 본지를 통해 "딥러닝 기반의 AI라면 소음과 비명이 난무하는 구급차 내부라는 극단적 환경 속에서도 작동하는 '현장 강건성(Robustness)'과 '자유 발화 인식' 능력이 핵심 성능 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번 시연은 인공지능이라기보다 특정 단어가 입력되면 정해진 결과값을 도출하는 과거 형태의 규칙 기반(Rule-based) 프로그램에 가까워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이 전문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국책 AI 솔루션 검증 시 개발 주체가 아닌 제3자가 이중맹검(Double-blind) 방식으로 객관적인 성능을 검증한다"며 "5년 사업 중 3년 차에 접어드는 중요한 시점임에도 기술적 투명성이나 객관적 평가지표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예산 남용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역시 이 같은 기술적 한계에 동감했다. 그는 "이미 현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AI 기반 응급 이송 관련 사업들이 다수 진행 중이지만 실질적인 응급실 수용률 향상이나 환자 예후 개선 등의 성과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응급 현장은 환자나 대원이 입력하는 정보(질문) 자체가 정확할 수 없는 분야여서 오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설계 자체부터 실패할 프레임으로 짜여진 채 국민 혈세만 집어삼키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구급대원 손은 두 개뿐"…현장 의견 패싱에 피로감 호소현장 일선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들의 반응 역시 차갑다. 기술이 도입될수록 구급대원이 태블릿 PC 등에 입력하고 확인해야 하는 절차만 늘어나 정작 환자 처치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호소다.전국의 10년 차 이상 베테랑 구급대원들이 모인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될 때마다 현장 의견은 전혀 수렴되지 않는다", "정작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손을 덜어주는 기술인데, 지금 구조는 기술을 모시는 꼴"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이송 중인 급박한 상황에서는 수십 개의 매뉴얼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거점 병원 의사나 상황실과 직접 통화해 소통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기술 개발업체들이 현장 스킨십 부족으로 인해 구급대원들의 진짜 고충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후 진료 공백' 본질 놔두고 … AI는 보조 수단일 뿐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이 환자 분류나 병원 추천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로 수술을 집도할 배후 진료 의사(필수의료 인력)가 부족해서 발생한다.AI 시스템이 아무리 정확하게 흉통 환자를 분류하고 병원을 추천하더라도 해당 지역 대학병원의 당직 흉부외과 의사가 없거나 중환자실이 포화 상태라면 이송은 불가능하다.결국 '세이브R' 등 시스템은 본질적 해결책이 아닌 보조적 수단에 불과함에도 정부가 마치 이 기술이 응급의료 대란을 잠재울 대책으로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복지부가 현장 평가 데이터는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위에서 내려온 오더 맞추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응급실 수용 곤란을 해결하고 싶다면 가공된 성과 뒤에 숨지 말고 실증 데이터를 현장 전문가들 앞에 떳떳이 공개해 객관적인 검증부터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보건복지부는 이번 AI 기반 응급의료 이송체계를 'AI 기본의료 전략'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예산의 투명한 집행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복지부 전국확대 혁신사업 확대도 '같은 궤' … 인프라 없는 '카톡방 압박' 불과이처럼 본질을 비껴간 것은 AI 구급차 사업뿐만이 아니다. 복지부가 호남 지역에서 실시한 뒤 오는 9월부터 일방적인 전국 확대를 예고한 이른바 '응급의료체계혁신 시범사업' 역시 현장의 거센 반발을 사며 완벽히 같은 결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실제 복지부는 순천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최종 간담회'를 열고 뺑뺑이 현실을 개선했다는 발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나 정작 현장 의사들의 참석 요청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떳떳한 성과라면 왜 현장 의사들의 참석을 가로막고 밀실 통계 뒤에 숨으려 하느냐"며 "전형적인 실적 부풀리기식 탁상행정"이라고 규탄했다.이에 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이송체계 혁신사업 중 광역상황실 개입 등은 실질적인 배후 진료 인프라 확충 없이 그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논의와 행정적 압박으로 환자를 밀어 넣은 것에 불과하다"며 "하루 100명 가까이 발생하는 호남지역 중증 환자 중 실제 상황실이 개입해 병원을 선정한 것은 1% 미만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나머지 99%의 환자는 시범사업과 상관없이 현장 의료진과 구급대의 헌신으로 소화됐음에도 정부가 성과를 가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한 응급의학과 원로는 "AI 시스템이나, 이송체계 혁신사업이나 모두 환자를 수용해 수술을 집도할 '배후 진료 의사'와 이에 부합하는 병상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속 불가능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