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업체 0곳… 사모펀드만 인수의향서 제출태림 골판지 경쟁력↑… 전주는 인재(人災)에 부담전주페이퍼, 최근 3년 간 산업재해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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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세아그룹 김웅기 회장은 지난 5월 코스타리카 라우라 페르난데스(Laura Fernández)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글로벌세아
글로벌세아그룹이 제지·포장 계열사를 한데 묶어 2조원대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통매각 전략이 오히려 가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골판지 시장 1위권인 태림페이퍼·태림포장의 경쟁력은 분명하지만 신문용지 업체에서 출발한 전주페이퍼까지 함께 인수해야 하는 구조가 원매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서다.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이 자녀들에게 그룹 승계를 앞두고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포트폴리오 정리에 나선 것. 하지만 2조원대 몸값을 시장이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매각' 아니면 전주페이퍼 매각 어렵다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은 태림페이퍼, 태림포장, 전주페이퍼, 전주원파워 등 제지·포장 계열사를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UBS가 맡았다. 글로벌세아는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를 상대로 인수 의향을 타진해왔고 시장에서는 2조원 안팎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글로벌세아가 통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제지·포장 밸류체인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평가받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태림페이퍼는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고, 태림포장은 이를 가공해 골판지 원단과 상자를 만든다. 여기에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를 더하면 원지 생산부터 포장재 제조, 에너지 공급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완성된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개별 회사를 따로 파는 것보다 패키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김 회장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키워온 경영자다. 글로벌세아의 모태인 세아상역은 의류 제조에서 출발해 원단, 봉제, 글로벌 생산기지, 패션 브랜드로 사업을 넓혀왔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포장재 사업에서도 골판지 원지와 상자 생산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에 나섰다.글로벌세아는 2021년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약 7300억원에 인수했고, 이어 2023년 12월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를 약 6500억원에 사들이며 제지·포장 사업을 그룹의 한 축으로 키웠다.한때 이 판단은 맞아 떨어지는 듯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과 택배 물량이 급증했고, 골판지와 박스 수요도 빠르게 늘었다.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은 국내 골판지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과 전국 생산망을 앞세워 실적을 키웠다. 골판지 원지부터 상자까지 이어지는 일괄 생산 체계도 경쟁력으로 부각됐다.하지만 코로나 특수가 끝난 뒤 분위기는 달라졌다. 경기 둔화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포장재 수요 증가세도 주춤했다. 골판지 업황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으로 꼽힌다. 소비가 늘고 택배 물량이 증가하면 박스 수요가 함께 늘지만,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수요와 판가가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원재료 가격과 환율, 물류비 변동에 따라 수익성도 크게 흔들린다. -
- ▲ 태림포장의 친환경 패키지 ⓒ글로벌세아
◆ 전주페이퍼, 신문용지에서 출발… 생산성에 의문매각 측은 최근 실적 반등을 앞세워 몸값 방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세아 제지 계열은 올해 1~5월 누적 매출 9040억원, 영업이익 73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100억원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 EBITDA를 단순 연환산하면 2600억원대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2조원은 EBITDA 대비 7~8배 수준에 달한다.문제는 원매자들이 올해 실적을 그대로 정상 이익으로 인정할지 여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 상승과 중국향 수출 물량 증가, 업황 회복 등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 반등이라면 2조원대 몸값을 적정가로 보기 어렵다. 또 제지·포장업이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부담이다.특히 전주페이퍼는 이번 통매각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전주페이퍼는 1965년 설립된 국내 최대 신문용지 제조사다. 과거에는 신문용지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신문 시장 축소와 인쇄용지 수요 감소로 사업 전환이 불가피했다.한 업계 관계자는 "전주페이퍼의 일부 설비가 애초 신문용지 생산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골판지 전용 설비와 비교하면 생산성이나 원가 경쟁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또 글로벌세아가 전주페이퍼 인수 당시 시장가치보다 고가에 매입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최근 수년간 잇따른 사고 리스크까지 감안해 가격을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전주페이퍼 사업장에서는 2023년 이후 화재·폭발·끼임·부딪힘 등 산업재해가 9건 발생했다. - ◆ 국내 제지업체 0곳… 사모펀드만 LOI 제출이 때문에 제지업계에서는 통매각 구조가 오히려 거래 성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글로벌세아 입장에서는 전주페이퍼 단독 매각이 쉽지 않은 만큼 태림페이퍼·태림포장과 한데 묶어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번 매각전에 국내 제지업체들이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다. 글로벌세아가 2020년 태림포장·태림페이퍼를 인수할 때만 해도 국내 제지업계 여러 곳에서 매수 의사를 타진하며 인수전이 달아올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현재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세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다.결국 실질적인 원매자는 해외 전략적투자자나 대형 사모펀드, 또는 양측이 손잡은 컨소시엄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포장 기업은 한국 골판지 시장 진입과 아시아 포장 밸류체인 확보라는 명분을 세울 수 있고, 사모펀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개선을 노릴 수 있다.이번 매각은 글로벌세아그룹의 승계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김웅기 회장의 차녀인 김진아 글로벌세아 사장, 삼녀 김세라 세아상역 부사장이 각각 그룹 전면에 나서며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제지·포장 계열 매각은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하고 재무 부담을 낮추려는 작업으로 해석된다.의류 제조를 기반으로 패션·건설·제지·에너지까지 외형을 키워온 글로벌세아가 승계 국면에서 비핵심 제조업 자산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다.IB업계 관계자는 "포장·제지업이 반도체처럼 향후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산업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원매자들이 그 가격을 써낼 지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가격 협상 과정에서 매도자와 원매자 간 눈높이 차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