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환경 긍정적 변화에도 환율 고점서 ‘제자리’강달러·외국인 매도세가 주 원인으로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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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중동발 전쟁 리스크 등 지정학적 위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원·달러 환율은 연이틀 1540원대로 마감했다. 환율 종가가 1540원대를 기록한 것은 17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시장을 짓누르던 표면적 악재가 사라졌음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공포와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외국인의 '조 단위' 셀코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 보다 0.7원 오른 1542.7원으로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가 이틀 연속 1540원대로 나타났다.

    이날 환율은 장중 1549원까지 오르면서 155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 환경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 종전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후속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준(Fed)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통화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유가와 중동 리스크가 가라앉아도 미국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쏠리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조 단위 순매도가 연일 나타나고 있는 점도 환율 상방 압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5거래일 누적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약 12조2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원화 가치가 폭락하는 양상이다.

    엔화 약세와의 동조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1.7엔까지 오르며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서학개미와 해외투자 등 구조적인 달러 수요도 있다. 최근 고환율은 일시적 수급 불안이 아니라 국민과 기관들의 해외증권투자가 고착화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2025년 말 한국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2조4396억 달러로 전년말 대비 3448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에 대한 투자잔액은 1조1492억 달러로 1조 달러를 처음 넘어섰고, 증가폭도 2042억 달러로 가장 컸다. 환율이 떨어지려고 하면 해외주식을 사려는 개인과 기관의 달러 매수 대기 수요가 하단을 받치고 있는 구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달러 실수요 매수는 환율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며 “국내주식 매도 수급이 역외 커스터디 매수로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