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1100조 육박, 연체액도 최대치 경신비자발적 폐업 증가 추세, 금융권 부실확대 직결금리 상승·내수 침체 지속 … 건전성 악화 우려
  •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반도체 수출과 대기업 실적 호조 속에 한국 경제가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내수의 버팀목인 자영업에서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과 연체 규모가 나란히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골목상권의 부실이 금융권 건전성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 역대 최대 대출·연체 … 빚 안고 문 닫는 자영업자

    5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말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를 낸 이후 최대치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했고, 총 연체액 역시 2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은 줄었지만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방을 중심으로 상가 공실률까지 높아지면서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갚을 능력을 상실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며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폐업 사업자 현황 및 실태조사' 결과는 골목상권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해에만 무려 97만6000개에 달하는 사업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는 단순한 창업 실패를 넘어 금융권의 부실 위험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버티지 못해 닫는’ 비자발적 폐업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폐업 소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닫을 당시 짊어지고 있던 평균 부채 금액은 8531만원에 달했다.

    폐업 소상공인 3명 중 2명은 매출이 정상 시기 대비 40% 이상 급감하자 결국 빚을 떠안은 채 사업을 접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이들은 평균 1286만원에 달하는 점포 철거와 정리 비용이 없어 폐업조차 적기에 하지 못하고 빚으로 연명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 서울 시내 식당가.ⓒ연합뉴스.
    ▲ 서울 시내 식당가.ⓒ연합뉴스.
    ◆ 부실여신 17조7000억 … 자영업發 금융리스크 '경고음'

    자영업 부실은 금융권 건전성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은행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 사업자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폐업 증가는 금융회사의 부실여신 확대와 직결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실여신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17조7000억원이다. 2022년 9월 말(9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3년도 안 된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확대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도·소매업, 부동산업 등 내수 밀접 업종의 타격이 금융권의 대출 부실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4월 기준 국내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8%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연체율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79%로 지난해 말(11.95%)보다 0.8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은 연체 채권을 대거 매각하며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시장 금리 상승과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차주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달해 부실여신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다가온 금리 인상의 시간 … 자영업은 버틸 수 있나

    금융권에서는 자영업 부실이 더 이상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과 경기 회복을 동시에 위협하는 새로운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 회복이 지연될 경우 자영업 부실이 은행권 건전성 악화를 넘어 지역경제와 고용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자영업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고환율과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한은의 긴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이미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여서 한은 역시 물가 안정과 환율 안정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자 부담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취약계층의 실질 구매력과 상환 부담이 다시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경기 방어와 물가 안정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정책 딜레마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에 이어 자영업 부실이 금융권의 새로운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금융·산업·재정 정책을 함께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부실이 크게 늘어났던 부동산PF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며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상환능력에 따라 금융지원과 채무조정을 병행하고 사업단계별로 금융·산업·고용·복지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