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한 달여 만에 배럴당 90달러 넘어호르무즈 위축·홍해 막히면 원유 수급 부담정유사 비상체제 유지·장기화로 부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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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공습에 초토화된 이란 도로ⓒ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정유업계는 9월 도입 물량까지 상당 부분 확보해 당장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하고 홍해 항로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4분기부터 원유 확보와 도입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2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3.21% 오른 배럴당 90.93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6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대 상승한 배럴당 84달러 후반에서 거래됐다. 두 유종 모두 6월 중순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국제유가가 다시 가파르게 오른 것은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파기 선언과 함께 양국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원유 수송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9일째 이란에 공습을 이어가고 있고, 이란도 중동 지역 미군 시설과 주변국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에 나선 상황이다.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더해 홍해 봉쇄 위험까지 부상했다. 로이터는 이란 고위 소식통 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자국 전력 인프라 공격에 대비해 예멘 후티 반군에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준비를 하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홍해까지 막히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해온 중동산 원유 수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쟁 발발 이후 평소 원유 수출량의 70% 이상을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의 얀부항으로 돌렸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얀부항을 통한 원유 출하량은 하루 평균 40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97만3000배럴의 네 배를 웃돈다.미 석유·에너지 컨설팅기업인 앤드루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로이터에 “더 많은 유조선이 공격받아 파손될 경우 선주들이 페르시아만 진입을 거부하면서 유가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당장 국내 원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7~8월 도입 원유를 전년 평균의 100% 이상 확보했다. 9월 도입 물량도 전년 대비 76% 수준까지 계약을 마쳤다. 정부는 현재까지 국내로 향하는 원유 수송에는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통상 정유사들은 도입 시점보다 몇개월 앞서 원유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까지 통항 불안이 이어지면 10월 이후 도입분의 계약과 선적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원유 수송이 평시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생산이 중단된 유전의 재가동과 유조선 배치, 선박보험 정상화 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은 최근 비축유 방출과 미국의 증산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공백을 장기간 메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상황이 앞으로 몇 주 안에 개선되지 않으면 우려해야 한다”며 “미국이 하루 100만~200만 배럴을 증산할 수는 있지만 1000만 배럴을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가격에는 지난달 국제유가 하락분과 7차 석유 최고가격 인하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 국내 기름값도 다시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이에 따라 국내 석유 최고가격제의 출구전략도 불투명해졌다. 공급가격을 제한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원유 조달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최고가격제까지 장기간 이어지면 원유확보와 비용 상승분을 감당해야 하는 정유사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