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일자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란에 이 신문 권순활 경제부차장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어느 기업 임원 K씨는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언론사에서 찾아와 ‘얄궂은 방식’으로 광고를 요구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느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으니 알아서 하라”며 압박을 가한다. K씨는 “요구를 거부하면 ‘카더라 기사’로 보복해 온다”며 “아무리 말도 안 돼도 포털에 일단 실리면 회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임원 A씨는 포털 뉴스면에 소개된 한 달간의 기업 관련 기사를 분석해 봤다. “상당수가 한 번만 확인전화를 해보면 오보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명백히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아 달라고 포털에 요청해도 “우리는 책임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기 일쑤라고 했다.

    포털(Portal). 사전적 의미로 현관문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로 접근하기 위한 관문(關門) 역할을 하는 사이트다.

    최근 포털은 ‘인터넷 백화점’으로 변해 가는 추세다. 정보 검색과 함께 뉴스 서비스, 커뮤니티 서비스, 인터넷 쇼핑몰, 온라인 게임 등 5박자를 갖춰야 제대로 대접받는다. 특히 한국에서 위력이 대단하다. 일부 포털은 하루 방문객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뉴스 서비스의 영향력도 만만찮다. 공들여 취재한 지적 생산물을 ‘푼돈’ 받고 통째로 포털에 넘겨준 언론사들의 책임이 크지만.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포털만큼 신속하고 다양하게 제공하는 곳은 드물다.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주체도 확대됐다. 하지만 포털이 권력화되면서 빛과 함께 그늘이 두드러진다.

    포털의 상업주의는 이미 도를 넘었다. 키워드 검색에서 실력이나 공신력이 높다고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된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클릭 수당 돈을 얼마나 주는 조건으로 포털과 계약했느냐가 자주 순서와 위치를 좌우한다.

    정부 입김에 휘둘리는 정보기술(IT) 업체라는 구조적 특성에서 오는 폐해도 크다. 네이버는 NHN, 다음은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이트닷컴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한다. 정부 부처 가운데도 해당 분야 기업에 영향력이 큰 정보통신부가 이들의 목줄을 쥐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포털은 대기업을 뺨칠 만큼 문어발 사업을 한다.

    일부 포털의 뉴스 편집에서 선정성과 함께 권력편향성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 칼럼니스트 변희재 씨는 “포털이 성향이 다른 여러 언론사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표면적으로 중립 이미지를 갖지만 실제로는 기사 선정 및 배치 과정에서 심각한 친권력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일반 국민에게도 적잖은 부작용을 미친다. 잘못된 기업 관련 기사는 1차적으로 해당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오보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네티즌도 결국은 피해자다. 포털 뉴스의 한 특징인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와 제목, 중립의 이미지 뒤편에 감춰진 권력과 포털의 유착이 드리울 그늘은 또 어떨까.

    이제라도 포털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막대한 비즈니스 수익과 실질적 언론의 영향력을 누리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한국과 같은 ‘포털 권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