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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균 앵커야 말로 삼성 독재의 전위대, 즉 삼성의 로비스트였다”
‘안기부 X파일’ 내용이 불법도청의 결과물인 사실을 알고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1년을 구형받은 MBC 이상호 기자의 주장이다.
이 기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서 이른바 ‘구찌 핸드백 사건’을 주도한 당사자가 당시 시사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의 진행자 신 앵커였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이 기자가 신 앵커, 강성주 당시 보도국장 등과 함께 태영으로부터 명품 핸드백을 받은 사실을 인터넷에 고백해 파문이 일었었다. 이 기자는 “태영의 핸드백 로비 사건은 MBC 신 앵커가 주도했다”며 “신 앵커는 당시 고발 중이던 태영과 SBS측 인사와 함께 식사를 하자고 끊임없이 제안했으나 내가 태영과의 술자리를 끈질기게 거부하자 보도국장이던 강 국장을 나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로 썼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나는 ‘태영의 변탁 부회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신 앵커의 말에 속아 나갔다”며 “신 앵커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끓어 올랐지만 잠자코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 핸드백 로비가 있었던 2004년 12월 21일은 X파일 테이프를 입수하기 위한 미국 출장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어지는 길에 강 국장으로부터 향후 X파일 관련 내용의 보도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핸드백 로비 사건이 있던 날 신 앵커는 내가 삼성의 대선자금 불법 로비 사건을 취재해온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내가 곧 미국에 출장을 가게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기의 프로그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신 앵커만 모르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신 앵커야 말로 삼성 독재의 전위대, 즉 삼성의 로비스트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그 같은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던 담당 부장과 협의 하에 2개월 동안 삼성 관련 취재 사실을 신 앵커에게 철저히 숨겨왔다”며 “삼성 로비스트였던 신 앵커는 태영의 로비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다. SBS와 태영을 위해 그토록 거부하던 후배를 속여서 악의 구렁텅이로 버젓이 유인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자는 “이틀 뒤에 신 앵커가 X파일 보도를 막지만 않았더라도 어쩌면 구찌 핸드백 사건은 수면 밑에 침잠해 있었을지 모른다”면서 “태영의 로비도 모자라 또다시 삼성의 로비를 시작하는 신 앵커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날선 비난을 이어갔다.
"모두 삼성이 저지른 일" 삼성에 책임전가하기도
그는 “나는 회사에 태영 로비사건을 보고하고 출국 직전까지 신 앵커의 처벌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사이 나의 미국출장 일정과 그 구체적 내용까지 회사 간부들은 물론이고 국정원과 삼성에까지 새나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사내 홈페이지에 써 올린 후 회사 내에서 ‘패륜아’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가고 나서 한바탕 알 수 없는 소동과 같은 절차가 진행됐고 그 이후론 모든 게 끝이었다”며 “삼성의 로비스트 신앵커는 끊임없이 나를 출세욕에 사로잡힌 패륜아로 몰아갔고 그 결과 나는 철저히 조직에서 고립됐다. 결국 패륜아가 취재해온 X파일은 보도될 수 없다는 논리로 6개월이 넘도록 전파를 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모두 삼성이 저지른 일들”이라며 “삼성과 언론의 전도된 관계는 인간성 파괴로 이어진다”고 삼성에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신 앵커는 후배로부터 문제제기를 당하느라고 고초를 겪고 있고 또 나는 선배의 뒤통수를 친 패륜아가 돼서 이제 삼성의 법정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며 “한때 너무나도 인간적이던 선후배 지간이 이제 이렇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삼성의 언론장악에 의한 삼성 독재의 실상을 모두가 깨닫고 늦기 전에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용 삼성행 비판하다 선배들에게 책망받기도
이 기자는 “지난해 5월 2일 MBC 간판앵커 당시 이인용 부국장의 삼성행이 전격 발표됐을 당시MBC에는 X파일이 실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진본이라는 사실이 2중 3중으로 모두 최종 확인된 상태였고 보도를 위한 내부 진행이 한창이던 시점”이라며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보도국 간부가 곧 고발 대상이 될 삼성의 회장 대변인격인 홍보실 책임자로 옮겨간다는데도 MBC는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단 한 마디의 따끔한 자성의 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20여일을 혼자 고민하다 삼성자본독재를 고발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이 앵커의 삼성행을 비판했다”며 “이 글이 널리 퍼지면서 나는 조직의 역풍을 맞았다. 몇몇 선배들이 나를 불러 ‘앞으로 옷 벗을 선배들이 많은데 네 기사 때문에 삼성에서 연락 안오면 어쩌느냐’는 책망을 듣기도 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