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강석주의 ‘핵보유발언’ 오보사태와 관련, 오보를 냈던 신문들이 26일 일제히 사과문을 냈다.

    대부분의 신문은 지난 25일 강석주가 "북한이 핵무기를 5~6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관련 기사를 1면에 대서특필하기도 했으나 이 말은 미국 정보조사국 북한전문가 로버트 칼린이 지난 14일 열린 미국의 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작문’이었음이 밝혀져 희대의 오보를 남기는 오명을 쓰게 됐다.

    1면 뿐만 아니라 2, 3면에 걸쳐 관련기사를 낸 동아일보는 26일자 2면에 사과문과 해명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사과문을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또 ‘첫 게재 미 연구소 허구 밝히지 않아, 국내신문 보도후 가정적 연설 명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글은 이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칼린이 ‘김정일의 국내외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한국인 학자도 ‘강석주의 진짜 연설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가 토론회가 끝나고 나서야 창작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며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스 국장이 25일 본보에 전자메일을 보내 ‘풍자적 논평이었지만 유창한 영어구사자마저 그런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는 내용의 유감의 뜻을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소설'을 1면 머릿기사로 다뤘던 세계일보도 ‘‘북 핵무기 5~6개 보유’ 강석주 발언 오보 전말’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별도의 사과문을 실었다. 세계일보는 “칼린 전 국장에게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기사 작성 과정에서 착오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면에 칼린의 ‘작문’ 관련 기사를 다뤘던 한국일보도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해명성 기사와 함께 “연합뉴스가 잘못 보도한 것을 마감시간에 쫓겨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혼선을 일으킨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역시 이날 6면에 실은 사과문을 통해 “발단은 노틸러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며 “24일 노틸러스 홈페이지에서 이 글을 발견한 본지는 칼린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미국과의 시차 때문인지 응답이 없었다. 신문 마감시간에 본지는 강석주의 연설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강 부상 추정 인물의 강연’이라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6면에 ‘바로잡습니다’라는 제목의 이영종 정치부 기자의 ‘취재일기’를 통해 “본지도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과 확실히 차이나는 점도 있었다. 우리 정부 당국자를 취재해 ‘북한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그런 논의내용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추가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 기자는 “이번 오보 사태의 발단은 노틸러스연구소 동아시아 사이트에 실린 칼린의 글이 ‘강 부상의 연설 내용’으로 전제돼 혼란을 일으켰던 것”이라며 “칼린의 경력과 노틸러스연구소의 지명도 등을 감안할 때 한국언론으로선 무시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몇몇 대북전문가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한 우리 언론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친여 성향의 한겨레는 5면 ‘강석주 핵무기 발언은 허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칼린은 미국 안에서 북한의 원전을 한글로 읽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인물이기에 이 글에 대한 신뢰는 컸다”고 전제한 뒤 “칼린이 쓴 글에 강 부상의 연설 내용을 보면 북한의 핵능력 및 북미 관계를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든가, 외부성의 한계에 대한 자조적인 언급 등 파격적인 부분들이 많다”면서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당국자의 지적을 덧붙였지만 좀더 사려 깊고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채 잘못된 보도를 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25일 서울 경기 일부 지역에 배달된 ‘핵보유 발언’과 관련한 기사는 24일 밤 마감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추가 확인 결과 인용된 내용은 강 부상의 발언이 아니라 칼린이 가공의 현실을 상정해 쓴 ‘에세이’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별도의 사과문 없이 4면에 ‘‘북 핵무기 보유론’은 전 미 관리의 작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발 북한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한 관행이 결과적으로 오보를 낳았다는 비판론이 언론 안팎에서 제기됐다. 본지는 이에 대해 자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