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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김진영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는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을 사용에서 배제할 수 없거나 경합성이 없는 재화를 말한다. 경합성은 같이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들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방송이 전형적으로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전파를 타고 전해지는 방송은 수신 장치만 있으면 누구든지 시청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이 시청하더라도 내가 시청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배제성이 없으면 시청자들이 값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맡겨두면 충분한 양의 방송이 공급되지 않아서 국가가 개입하게 된다. 방송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세금으로 징수하고 공기업이 방송을 제작하여 공급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은 방송의 배제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힘들다. 다양한 암호화 기술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의 시청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공공재 이외의 공영방송의 논리는 독과점 방지나 공공성을 들 수 있다. 과거처럼 방송의 제작비가 엄청나고 민간기업의 자본력이 약한 시절에는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국가가 방송을 관장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이 기술이 발달하고 민간기업의 자본동원력이 커진 상황에서는 독과점의 논리로 방송을 공기업으로 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마지막으로 공공성 때문에 방송을 국영이나 공영으로 할 수 있다. 이때 공공성은 국가나 국민 전체의 이익과 부합해야 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뜻일 것이다. 정보 격차나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선동에 맞서서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공영방송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KBS도 국민에게 불편부당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존립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의 KBS는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멀게는 2004년 탄핵정국의 보도였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옳고 그름은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을 진행하고 있었고, 야당과 여당의 주장과 의견을 골고루 전달하는 데 그 중심을 두었어야 하는데도 편향된 보도로 일관하여 공영방송의 편파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가까이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집권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의 특집 방송을 진행하여 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간첩사건에 연루됐던 송두율씨를 미화한 특집 방송을 편성하여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킨 것과 ‘인물 현대사’라는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고대사를 멋대로 재단하려고 시도를 한 것은 모두 공영방송으로서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공영방송의 정치적·이념적 편향성 시비는 공영방송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KBS의 편향성 시비는 모두 정연주 사장 체제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공영방송이면서 동시에 회사인 KBS의 경영 성과는 어떤가? 2년 연속 큰 적자를 봤다가 2005년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공기업의 적자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흑자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공기업을 평가할 때는 일정 수준의 자본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막대한 시청료와 광고 수입, 그리고 고정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 사장의 연임을 위해서는 KBS의 편향성과 경영 성과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개인의 이념성 때문이든지 경영자로서의 자질 때문이든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자료를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의 연임이 추진되고 있다. 공공재로서의 기능이 없어지고 공공성을 근거로 명맥을 유지하는 KBS가 사장 연임을 두고 다시 말이 많아지고 있다. 현 정부에 필요한 정연주구하기가 잘못하면 공영방송 KBS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