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2일 사설 <대통령이 ‘나팔수’였던 KBS 꾸짖는 사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 언론자유 독립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면서 KBS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해 온 KBS에 대해 노 대통령이 왜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노 대통령은 “KBS가 의원 60여 명을 통해 법 개정까지 하려 하는데 이래서는 나라꼴이 문제”라고 했고, “최근 KBS가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자사(自社) 이기주의와 전파 남용의 예”라는 말도 했다. KBS가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임원 선임과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예산이 1조3866억 원(2007년 기준)에 이르는 KBS의 방만한 경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윤승용 청와대대변인이 “KBS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게 정부의 의무”라고 말한 데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여론은 물론이고 KBS 직원 82%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사장을 연임시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그런 대통령이 KBS의 경영을 문제 삼으니 이율배반의 전형이다. 대선을 앞두고 ‘KBS 군기(軍紀) 잡기’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KBS가 언론의 독립성 침해를 들고나오는 것도 낯간지러운 소리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면서도 특정 정권의 선전기구 노릇을 해 온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노 대통령으로부터 “방송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는가” “방송이 가라는 대로 갈 것”이라는 말을 듣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 방송이다. 오죽했으면 대선 편파방송을 우려해 일부 시민단체가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겠는가.

    노 대통령과 KBS가 권언(權言)유착으로 북 치고 장구 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언론자유 운운하며 다투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지금이라도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그나마 보기에 덜 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