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일 사설 "스웨덴 배우자"던 경제부총리 "한국과 너무 달라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스웨덴을 벤치마킹하자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스웨덴은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한국과) 너무 달라서 우리나라에선 처음부터 (스웨덴 모델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도 했다.

    권 부총리는 OECD 대사로 재직 중이던 2005년 12월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던 장본인이다. '스웨덴이 국민소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걷어 복지 지출에 쏟아 붓는 고(高)복지·고(高)부담 체제에서도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스웨덴 모델의 장점과 배울 점을 분석한 보고서였다.

    그전부터 스웨덴 모델에 매달려왔던 이 정권은 입맛에 맞는 이 보고서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런 정권 분위기를 정확하게 읽고 제때 스웨덴 모델 보고서를 보내온 '공로'도 권씨가 경제부총리에 기용되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스웨덴은 한국 사람 모두가 부러워하고 배우려 하는 훌륭한 나라"라고 했고, 스웨덴은 노무현 정권 정책 참고서로 통했다. 정권 사람들은 걸핏하면 "스웨덴에선…" 운운하며,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소리를 반박했다. 그런데 스웨덴 보고서 작성자인 부총리가 이제 와서 "스웨덴은 한국과 배경이 너무 달라서…" 하고 말을 바꾸고 꼬리를 내려버렸다.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되지도 않을 헛일을 해왔다는 '고백'이다.

    사실 스웨덴 모델은 이제 스웨덴에서도 버림받은 모델이다. 2006년 총선에서 중도우파가 승리한 이후 스웨덴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복지의 함정'을 벗어나려고 '탈(脫) 스웨덴 모델' 개혁을 밀고 나가고 있다.

    권 부총리는 "(청와대 내 일부 386과 학자 등) 좌파 친구들은 스웨덴을 두고 '고부담·고복지 상황에서도 고성장이 된다'는 결과에만 주목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진작에 설명하고 반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권 부총리는 "나서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보고서가 계기가 돼 나라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도 그냥 두고 봤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 지경이었는데도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경제가 아주 내려앉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고 기적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