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9일 사설 'KBS, 이탈리아 보고 뱉은 침이 제 얼굴에 떨어지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 1TV 'KBS 스페셜'은 17일 '언론과 권력-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를 통해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 재벌로 지난 5월 세 번째 총리 자리에 오른 베를루스코니가 공영방송인 라이(RAI)를 장악해 방송들이 공영성을 잃고 표류하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KBS 스페셜은 이탈리아 공영방송 경영진이 교체된 후 각종 뉴스 보도에서 먼저 정부의 주장을 내보내고 다음에 이에 대한 야당 비판,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당 입장을 전달하는 '샌드위치 보도 방식'을 채택하는 바람에 정부·여당 주장이 보도 양의 3분의 2를, 야당 주장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보도 불균형으로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기울게 했다고 했다.

    사돈 남 말하듯 하는 KBS다. 얼굴이 두꺼워도 이 정도로 두꺼울 수는 없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보도 때 KBS '미디어포커스'는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 7명의 인터뷰를 줄줄이 방송하면서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등장시키지 않았다. KBS의 탄핵 프로그램 전체로 보면 탄핵 반대 22명, 찬성 1명이었다. 이렇게 여당과 야당의 주장을 7대0, 22대1의 비율로 방영한 KBS가 이탈리아 공영방송이 2대1의 비율로 정부 쪽에 유리하게 보도하게 돼 방송의 공영성이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다. KBS가 이탈리아 공영방송을 보고 뱉은 침이 KBS 얼굴에 떨어진 꼴이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 장면을 하루 10시간 넘게 되풀이 보여준 KBS다. KBS 전직간부는 그때 상황을 "광적(狂的)이었다"고 고백했고, 한국언론학회는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KBS가 지금 이 순간 과거를 참회하고 진심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면 먼저 정연주 사장의 KBS가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대안이자 희망'으로 미화했던 차베스의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언론이 어떻게 목 졸려 죽어갔는지를 보도해야 마땅하다. 베네수엘라 차베스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폐쇄하고 방송의 정부 비판을 금지했다. 전체 기자의 절반 이상을 '정부 반대파'로 분류해 정부 취재를 원천봉쇄하고 정부 내 기자실도 없애버렸다. 차베스 지지자들은 거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인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미디어포커스'는 차베스의 나라 베네수엘라에서처럼 정부 권력의 보조금을 받아 챙긴 어용(御用) 좌파 언론단체들의 앵무새 노릇을 하면서 자유언론, 정부 비판 언론의 입을 봉(封)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권력의 방망이 노릇을 도맡아 왔다. 미디어포커스는 과거 몇 년간 그렇게 권력 비판 언론을 물어뜯으면서 좌파 신문이나 방송을 비판하는 내용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권력의 충견(忠犬)이란 말은 KBS의 '미디어포커스' 같은 프로를 가리키는 말이다.

    KBS를 이렇게 만든 정연주 전 사장의 복심(腹心)들은 이런 속보이는 쓰레기 프로를 만들려고 국민 세금을 축내며 이탈리아까지 유람(遊覽)을 돌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정 전 사장을 따라 나가 딴 살림을 차려 자기 돈을 써가며 마음껏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옳다.